금융

보험사 대면영업 의존 '여전'…판매채널 다각화 必

지다혜 기자 2024-01-29 11:23:19
업계 "불필요한 가입·소비자 피해 감소 노력" 보험사·플랫폼 간 건전한 경쟁 여건 마련 중요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보험사들의 대면영업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채널 고착화로 설계사 확보 경쟁에 따른 잦은 이직이 불완전판매 민원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모집시장은 대면채널 중심의 시장구조로 보험사 판매기능의 외주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전속설계사 중심이 아닌 법인보험대리점(GA)과 방카슈랑스 등 비전속채널에 대한 판매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GA의 대형화와 자회사형 GA 설립이 증가하면서 GA채널이 모집시장의 핵심 판매채널로 자리잡았다. 최근 10년 동안 전속설계사는 연평균 3.7% 감소한 반면 GA소속 설계사는 4.8% 증가했다.

또 보험사들이 타 금융업권에 비해 비대면 채널 비중이 미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모바일 등을 활용한 보험상품 가입 비중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각각 0.6%, 6.2%로 은행업(74.7%)이나 금융투자업(83.6%)보다 비대면채널 활용률이 훨씬 낮았다.

이런 대면채널 중심의 시장구조 고착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대면 판매인력 확보가 회사 성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고객접점 확보를 위한 혁신적 노력보다 설계사 채용과 영업조직 유지에 회사의 자원을 상당 부분 배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설계사 확보를 위한 회사 간 과열경쟁은 영업조직 운영비 증가로 이어져 모집시장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생산성 하락을 유발뿐만 아니라 설계사의 잦은 이직으로 부당 승환계약과 같은 불완전판매나 민원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자료 분석 결과 지난해 상반기 13월차 평균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생보사 37.5%, 손보사 52.5%였다. 보험 설계사 신규 등록 후 1년 이상 지났어도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는 설계사 인원을 의미한다.

이 비율이 낮으면 계약 유지에도 영향을 미쳐 승환계약 등 문제가 발생한다. 설계사의 잦은 이직이나 퇴직으로 계약관리가 되지 않아 기존 고객을 유입하려다 되레 고객에게 불리한 보험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불필요한 가입을 부추기는 행위는 결국 보험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소비자 피해와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판매자가 여러 보험사의 다양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제판분리 특성에 따라 중립적인 태도로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지원할 제도적 기반도 취약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금융당국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보험모집 제도 마련과 GA채널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을 추진 중이다. △플랫폼을 통한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시범운영 △보험계약 비교안내시스템 구축 및 시행 △GA채널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등이다.

다만 제도운영 과정에서 발생될 문제점들을 예의주시하고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편향에 따른 부적합한 보험상품 추천,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인한 불공정 경쟁행위 발생 등을 방지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보험모집시장에서 판매채널의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공정경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채널 간 규제차익을 유발하는 모집규제 개선 사항에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 플랫폼, GA 등 모집시장 참여자는 건전한 경쟁으로 상품·서비스 전달 방식을 혁신함으로써 고객가치 향상과 동시에 산업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경쟁을 넘어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를 포착해 실질적 효용을 높여야 한다"며 "소비자로부터 선택받고 이들과 장기적으로 긍정적 관계를 형성·유지하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