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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과기장관, 'PPT 취임식'으로 파격 데뷔…'에이전틱 AI'로 국가 대전환 이끈다

선재관 기자 2025-07-17 17:58:32

"제 MBTI는 ENTJ입니다"…역대 최연소 장관의 파격 취임식

"보고하러 서울 오지 마라", 대한민국 정부의 문법을 바꾸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과기정통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1976년생, LG AI연구원 초대 원장. '기업인 출신 최연소'라는 수식어를 달고 배경훈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7일 공식 취임했다.

그의 첫 등장은 대한민국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경직된 공직 사회의 조직 문화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강력한 선언과도 같았다. 이날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은 시작부터 모든 것이 파격이었다.

장관이 단상에 올라 준비된 원고를 엄숙하게 낭독하는 대신 직접 프레젠테이션(PPT) 슬라이드를 넘기며 자신의 비전을 설명했다. 좌석 배치 역시 직급별 줄 세우기가 아닌 자유로운 토론을 상징하는 부채살 모양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는 위계와 형식을 타파하고 실용과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그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배 장관은 '다가오는 거대한 물결(the Coming Wave)'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AI가 산업과 경제를 넘어 문명의 구조까지 재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AI 인프라 △R&D 혁신 생태계 복원 △AI·과학기술 인재강국 실현이라는 3대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국가AI컴퓨팅센터 슈퍼컴 6호기 조속 확충, 국가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AI 고속도로'를 깔고 AI를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AI기본법 하위법령을 조기에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위축됐던 연구 생태계 복원을 위해 안정적인 R&D 예산을 지원하고, 특히 '폐지된 풀뿌리형 기본연구를 복원'해 연구 안전망을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 "연구소장급 AI와 협업하는 시대 열겠다"
그의 비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전면적 도입이다. 배 장관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추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틱 AI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연구원이 '연구소장급 AI'와 소통하며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R&D 패러다임을 혁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인구 감소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근본적 해법이며 장관으로서 완수해야 할 '제1의 미션'이라고 천명했다.

기업인 시절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은 공직 사회를 향한 쓴소리로 이어졌다. 그는 "청문회 준비 TF가 광화문에 있었는데 직원들이 세종에서 서울까지 이동해 보고하는 걸 보며 물리적 거리와 시간 낭비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와 첨단기술을 담당하는 부처답게 우리부터 온라인 회의와 원격 근무 문화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어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부처 간 이기주의나 사일로(Silo)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하나의 목표를 향한 전 부처의 집중을 정책 추진의 중심 가치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 "ENTJ 목표지향적…수평적 문화 만들 것"
PPT 발표 후 이어진 타운홀 미팅에서는 인간 배경훈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장관의 MBTI가 궁금하다"는 한 직원의 돌발 질문에 그는 "제2의 청문회가 맞네요"라며 웃어 보인 뒤 "ENTJ다.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대로 실행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솔직하게 답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과거에는 위계 때문에 하고 싶은 말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권위가 아닌 존중과 협력 속에서 일해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 장·차관과 누구나 자유롭게 면담할 수 있는 수평적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당부하며 파격적인 취임식을 마무리했다. 그의 첫날은 '젊은 기업인 출신 장관'이 가져올 변화가 단순한 정책의 전환을 넘어 대한민국 정부 조직의 운영체제(OS)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실험의 시작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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