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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위약금 면제' 전격...수용 1.2조원 역대급 보상으로 정면 돌파

선재관 기자 2025-07-04 18:31:07

정부 '등록 취소' 초강수 압박에 굴복…'책임과 약속'으로 신뢰 회복 나서

전 고객 8월 요금 50% 할인…해지 고객 위약금 14일까지 면제

향후 5년간 보안에 7000억 투자…CISO, CEO 직속으로 격상

4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해킹 사태 관련 입장 및 향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선재관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정부의 ‘사업 등록 취소’라는 초강수 압박에 직면했던 SK텔레콤이 역대급 보상안으로 답했다.

SK텔레콤은 8월 요금 50% 할인과 위약금 면제를 포함한 5000억원 규모의 직접 보상안을 내놓고 향후 5년간 7000억원을 쏟아붓는 정보보호 혁신안을 발표하며 총 1.2조원 규모의 대책으로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SK텔레콤이 전례 없는 규모의 보상과 투자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4일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 조사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사이버 침해 사고에 대해 고객과 사회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정부가 요구한 위약금 면제를 전격 수용하고 대규모 고객 보상 및 정보보호 강화 방안을 담은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의 이번 결정은 이날 오전 정부가 제시한 최후통첩에 대한 즉각적인 응답이다. 정부는 SK텔레콤의 명백한 귀책사유를 근거로 위약금 면제를 요구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시정명령과 함께 최악의 경우 사업 등록 취소까지 가능하다는 초강경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실상 회사의 존립을 건 선택지 앞에서 SK텔레콤이 결국 정부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것이다.

우선 SK텔레콤은 알뜰폰 가입자를 포함한 약 2400만명의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8월 통신 요금을 50% 일괄 할인한다. 이는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또한 8월부터 연말까지 매월 데이터 50GB를 추가로 제공하는 등 약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를 가동한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위약금은 침해 사고 발생일(4월 18일) 이후 해지했거나 오는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약정 고객을 대상으로 전액 면제한다. 이미 위약금을 납부한 고객은 신청을 통해 환급받을 수 있다.

단기적인 보상책과 함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중장기 투자 계획도 공개했다. SK텔레콤은 ‘정보보호 투자가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라는 원칙 아래 향후 5년간 7000억원을 투입해 정보보호 체계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보보호 전문 인력을 기존 대비 2배로 확대하고 1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 기금을 출연해 인재 육성과 유망 스타트업 지원 등 국내 정보보호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해킹 사태 관련 최종 조사 결과가 발표된 4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해킹 사태 관련 입장 및 향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유영상 CEO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선재관 기자]
조직 구조도 대수술에 들어간다. 정부가 지적했던 ‘책임 분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조직을 CEO 직속으로 격상해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다. 

신임 CISO로는 아마존, 삼성전자 등에서 보안을 담당했던 이종현 임원을 영입했다. 이사회에는 보안 전문가를 영입하고 회사 보안 상태를 상시 점검하는 ‘레드팀’을 신설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제로 트러스트’ 아키텍처 도입, 글로벌 모바일 보안 솔루션 ‘짐페리움’ 1년 무상 제공, 사이버 침해 보험 한도 1000억원 상향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유영상 대표는 “믿고 기다려주신 고객에 대한 감사와 이번 사고에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고객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수준의 정보보호 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초강력 압박에 전례 없는 보상안으로 화답한 SK텔레콤이 이번 대책을 통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1위 통신사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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