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홈플러스發 '불완전판매' 논란…'좌불안석' 증권가

김광미 기자·김은서 수습기자 2025-03-18 06:00:00
홈플러스 단기채권 5949억 판매…개인 35% 금감원, 신영증권 검사 착수…"최소 검사 불가피" 전단채 투자자들 증권사 불완전 판매 의혹 제기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발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관련 단기채권이 대다수 개인과 법인에 판매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완전 판매 의혹이 확산 중이다. 금융당국도 홈플러스 단기채권 관련 증권사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단기사채 등을 포함한 단기채권 판매액은 5949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등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채권은 2075억원(총 676건)으로 34.9%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반 법인을 대상으로 판매된 금액은 3327억원(총 192건)으로 55.2%를 차지한다. 특히 기술·전자·해운업 등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에서 주로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내려간 뒤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고지받은 뒤에도 820억원의 ABSTB를 발행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부터 홈플러스 회생신청과 관련해 홈플러스 CP 등 인수 증권사 신영증권에 검사를 착수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CP, 전자단기사채, ABSTB 발행 주관사 중 한 곳이다. 

금감원은 신영증권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을 사전에 알고 강등 직전까지 CP와 전단채를 발행한 것인지 집중 검사하고 있다. 신영증권을 포함한 일부 증권사는 홈플러스를 상대로 사기죄 혐의로 형사고소에 나섰다. 

신영증권을 비롯한 다른 증권사로 검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영증권으로부터 ABSTB를 인수해 개인에게 판매한 증권사들에 대해 불완전 판매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달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 직후 "(홈플러스 카드대금 채권을 유동화한) 전단채 판매 문제나 리테일로 팔린 부분 등에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 수집을 이미 진행 중"이라면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검사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단기 채권이 대형 기관보다 개인과 일반 법인에 대다수 판매되면서 불완전 판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 단기채권을 증권사에서 가입한 개인과 법인 투자자들은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몇몇 개인 투자자들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기 3개월의 안전한 상품"이란 프라이빗뱅커(PB) 말을 듣고 지난 1월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고위험 상품 관련 안내를 듣지 못하고 투자 권유를 받았다는 입장으로 만기가 다음달 도래하지만 원금 전액 손실이 사실상 확정이다. 

실제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달 4일부터 12일까지 금감원에 들어온 홈플러스 채권 민원은 총 22건으로 하나증권의 경우 불완전 판매 관련 3건이 민원이 접수됐다. 

ABSTB가 변제 우선순위가 높은 상거래채권이 아니라 금융채권으로 판단될 경우 증권사 대상 불완전판매 민원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미 유동화 전단채로 발행이 됐기 때문에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불완전판매로 인정될 경우 조정 절차에 따라 피해자 보상 규모도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는 금일 오전 10시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관련 긴급현안 질의를 진행한다.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이 증인으로 나서지만,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불출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