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C 채무보증 급증이 탈법 증거" vs "3년 전 계약과 무관"
영풍과 MBK는 2일 공동 입장을 내고 "최윤범 회장이 호주 계열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주식을 불법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려아연의 2023년 4분기 공시를 근거로 SMC에 대한 채무보증 금액과 잔액이 3분기 대비 각각 255억원, 414억원 급증한 점을 지적했다. 이는 SMC가 지난 1월 영풍 지분 10.3%를 매입하기 직전의 움직임으로 "최 회장이 SMC의 신용을 확대해 자금을 조달한 뒤 주식 획득에 활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SMC에 대한 채무보증은 3년 전 체결된 것"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영풍·MBK는 "4분기 채무 증가분만 수백억원에 달해 주식 매입 자금 조달 목적이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최 회장이 고려아연 CEO이자 SMC 이사로 재직한 점을 들어 "주도적 관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 움직임 주목…집중투표제 파장
국민연금은 8일 가처분 판결 직후 수탁자책임위원회를 소집해 3월 정기 주총에서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1월 임시 주총에선 최 회장 측을 지지했으나 만약 가처분으로 임시 주총 무효 판결이 나올 경우 입장 변경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부에선 "순환출자 문제가 상법 위반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견과 "주주 권리 보호 차원에서 재검토 필요"란 목소리가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회장 측이 1월 임시 주총에서 통과시킨 집중투표제 도입안도 변수다. 이 제도는 소액주주가 이사 선임 시 표를 집중시킬 수 있어 기업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있으나 해외 투기자본의 악용 우려도 제기된다. 소액주주 단체는 "한화 등 다른 그룹에도 집중투표제 확대를 요구할 것"이라며 파급력을 예고했다.
◆ PEF 관행 깨진 사례…MBK 행보가 미칠 영향
이번 분쟁은 MBK가 대형 사모펀드(PEF)로서는 이례적으로 오너 가문과 공개적 갈등을 빚은 점에서 업계의 시선을 모았다. 기존엔 PEF가 오너와의 관계 유지를 우선시했으나 MBK의 적극적 개입이 성공할 경우 타 PEF의 행보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라데팡스도 아워홈·한미약품 분쟁에 개입한 사례가 있으며 업계에선 "주주 가치 증대를 명분으로 한 PEF의 경영권 참전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MBK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적대적 인수가 아닌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원의 가처분 판결은 고려아연의 향후 경영권 구도뿐 아니라 국내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PEF 역할 재정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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