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강석훈vs윤세영, 샅바싸움 '팽팽'…태영發 PF 위기론 여전

박이삭 기자 2024-01-09 05:30:00
채권단·당국, "오너일가 위한 자구계획" 비판
3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앞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직면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여부를 둘러싸고 채권단과 태영건설 측 입장이 여전히 대립한 모양새다. 채권단을 대표하는 KDB산업은행 강석훈 회장과 태영건설 윤세영 창업회장 간 신경전도 심화하고 있다.

양측 의견이 선명하게 갈리면서 금융당국 수장들이 중재에 나서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아닌 워크아웃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태영 측이 기사회생 할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잔금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보냈다. 앞서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2062억원 가운데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수혈한다고 산업은행과 약정했으나,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를 해결하는 데 890억원을 쏟았다.

태영그룹은 채무 상환이 절실한 태영건설 대신 티와이홀딩스가 상환에 나섰다는 점에서 태영건설 지원에 어긋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해당 금액이 태영건설에 지원됐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이들은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에 지원한 액수가 659억원에 그쳤다는 입장이었다.

채권단은 지난주 입장문에서 "티와이홀딩스의 채무 변제에 사용한 자금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티와이홀딩스의 리스크를 경감하는 차원일 뿐"이라며 "태영건설의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이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태영 측은 윤석민 회장 지분도 태영건설에 지원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태영 측이 약정한 1549억원 중 윤석민 회장 지분 매각자금 416억원이 속해 있었으나, 실제 윤 회장 돈은 태영건설 지원 자금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측은 윤세영 창업회장 딸 윤재연씨의 태영인더스트리 지분가치 513억원을 포함해 오너 식구들이 소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도 워크아웃에 투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 자리에서 "채권단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며 "출발점은 문제된 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주주가 진정성 있게 (자구노력을) 한다는 믿음을 채권단이 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상호 간 신뢰 형성이 안 된 거 같다"며 "'이 정도는 돼야 워크아웃이 성공한다'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 오는 11일(1차 채권단협의회)까지 날짜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태영건설이 협력업체나 수분양자, 채권단 손실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제일 최소한의 약속부터 지키지 않아 당국 입장에서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제시한 자구계획을 '오너일가 자구계획'으로 정의하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