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KB증권, 태영發 PF '좌불안석'…이홍구·김성현, 각자대표 첫 시험대

박이삭 기자 2024-01-04 07:30:00
KB證 , 태영에 412억 대출…손실가능성 대두 두 각자대표, 신년사서 PF 관리 '신신당부'
서울 여의도 KB증권 사옥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KB증권이 태영건설에 400억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 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통화당국 수장이 일제히 PF 뇌관을 지목한 가운데, 이홍구·김성현 KB증권 새 각자대표 역시 PF 부문 전반에 걸친 관리를 당부한 만큼 태영건설 사태 해결 여부가 이들 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의 장기차입금과 단기차입금 총액은 각각 1조4942억원, 6608억원이다. 이 가운데 KB증권이 대출해 준 액수는 총 41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극심한 위기론 속에 임기를 시작한 이홍구·김성현 KB증권 새 각자대표는 '리스크'를 주요 키워드로 꺼냈다. 두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지속되고 있는 전쟁 이슈, 미국 등 주요국의 선거, 고금리 여파로 인한 리스크 발생 등 불안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어 면밀한 대응이 필요한 한 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환경이 어려운 부동산 PF 관련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면밀하게 리스크 관리를 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등 안전성이 담보된 사업장 위주로 부동산 PF를 진행해 왔다"며 높은 리스크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에는 더욱더 세밀한 기준을 통해 한층 강화된 사업장 선별 등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하나증권과 한양증권이 각각 300억원·100억원을 태영건설에 빌려 준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산업은행 2002억원 △KB국민은행 1600억원 △IBK기업은행 997억원 △우리은행 720억원 등 대출금이 태영건설로 흘러갔다.

보험사의 경우 한화생명이 845억원, 흥국생명과 IBK연금보험이 각각 268억원의 대출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전날 금융·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수장들은 PF 건전성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2024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까지 금융회사들의 영업방식과 재무관리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하고 보완해 달라"며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부동산 PF, 가계·기업부채, 성장동력 정체 등 많은 위험과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며 "PF 정상화·안정화에 만전을 기하면서 우리 금융의 건전성과 복원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을 둘러싼 채권단 설명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눈물을 흘리며 "자기 관리에 소홀해 뼈아픈 부도 위기를 몰고 왔다"고 발언했다.

윤 회장은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 내겠다"며 태영건설은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해당 설명회에서는 태영건설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낸 자구책이 소개됐으나, 산은은 태영건설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양재호 산은 기업구조조정1실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로 넣었어야 하나 티와이홀딩스 채무변제에 활용하고 400억원만 넣었다"며 "워크아웃을 진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