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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이대론 10조 불가능"…'AI 기술 기업'으로 리브랜딩…플랫폼서 클라우드로

선재관 기자 2025-12-09 17:53:01

플랫폼 성장 정체 속 '클라우드 올인'

나스닥 상장 위한 '몸값 부풀리기' 승부수

야놀자 조직개편의 진짜 속내는 '고평가 상장'

왼쪽부터 이준영 야놀자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부문) 대표, 최찬석 야놀자 코퍼레이션(지주 부문) 대표, 이철웅 놀유니버스(컨슈머 플랫폼 부문) 대표. [사진=야놀자]


[이코노믹데일리] 글로벌 트래블 테크 기업 야놀자(총괄대표 이수진)가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핵심 사업 부문의 수장을 전원 교체하는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하며 조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겉으로는 책임 경영 강화와 인공지능(AI) 전환 가속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정체된 플랫폼 성장세를 B2B 기술 수출로 만회하고 답보 상태인 미국 나스닥 상장(IPO)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절박한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놀자는 최근 컨슈머 플랫폼 부문인 ‘놀유니버스’와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부문 ‘야놀자클라우드’ 그리고 지주사 역할을 하는 ‘야놀자홀딩스’의 대표로 각각 이철웅 이준영 최찬석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철저한 ‘기술(Tech) 중심’으로의 권력 이동이자 플랫폼에서 클라우드로의 무게중심 전환이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야놀자클라우드 신임 대표로 선임된 이준영 대표의 이력이다. 이 대표는 그룹의 연구개발(R&D) 조직을 이끌어온 정통 엔지니어 출신 최고기술책임자(CTO)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영업망 확장이나 재무 건전성 확보가 시급한 B2B 사업 수장 자리에 기술 전문가를 앉힌 것은 이례적인 파격이다. 이는 야놀자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명확함을 시사한다. 더 이상 ‘숙박 예약 앱’이 아니라 데이터를 팔고 시스템을 파는 ‘글로벌 AI 솔루션 기업’으로 평가받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실제 야놀자의 사업 성적표를 뜯어보면 플랫폼 부문은 내수 시장 포화와 경쟁 심화로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야놀자클라우드는 지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 급증해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하며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데이터 솔루션 부문 매출 역시 53%나 늘었다. 이번 인사는 돈이 되는 B2B 솔루션 사업에 그룹의 모든 기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선언이자 플랫폼 사업은 사실상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데이터 수집 채널로 역할이 재조정되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을 수년째 표류 중인 나스닥 상장을 위한 ‘몸값 부풀리기’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 단순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기업은 낮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을 적용받는 반면 AI와 데이터 기반의 SaaS 기업은 높은 멀티플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투자받을 당시 인정받았던 기업 가치 10조원 이상을 상장 시장에서 증명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AI 테크 기업’이라는 포장이 필수적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여행 산업에서 소비자 데이터와 호텔 운영 데이터의 결합은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이를 실제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야놀자가 주창하는 AI 전환이 구체적으로 어떤 혁신적인 기술로 호텔 운영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줄지에 대한 시장의 검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기술 임원을 대표로 앉힌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영업 중심 조직이 테크 기업의 DNA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여주기식 인사 이동이 아닌 실질적인 기술 격차 증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철웅 놀유니버스 신임 대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기존의 트래픽 확대 중심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사용자 경험 고도화와 플랫폼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플랫폼 사업이 더 이상 공격적인 확장이 아닌 클라우드 사업을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기반으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야놀자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이번 리더십 개편은 야놀자가 글로벌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준비 과정"이라며 "혁신을 가속화해 AI 시대의 여행 및 여가 산업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창립 2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언한 야놀자가 이번 승부수를 통해 '한국의 에어비앤비'를 넘어 '여행 업계의 오라클'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아니면 IPO를 앞둔 무리한 포장에 그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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