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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5대 은행장, 교체 바람 '솔솔'…내부통제 강화 의식했나

지다혜 기자 2024-12-03 06:00:00

"올해 인사, 실적보단 내부통제 미흡 문제 영향"

은행장 外 41개 자회사 CEO 선임 절차 진행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각 사]
[이코노믹데일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비롯한 금융그룹 내 주요 계열사 수장들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를 앞둔 가운데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면서 조직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의 차기 행장 인사 윤곽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 9월 말부터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하에 따라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현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승계 과정을 시작해야 해서다.

먼저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7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를 추천했다. KB금융 대추위 관계자는 "KB금융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 사례로, 조직의 안정 및 내실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지주·은행·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이례적이란 평이 나오기도 한다. 이재근 현 국민은행장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원활히 수습하고 안정적 성과를 내면서 3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수장 교체에 나선 곳은 우리은행이다. 지난달 29일 우리금융은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차기 행장 후보군을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 각 3명씩 총 6명으로 압축하고 고심하던 중 한일은행 출신인 정진완 부행장이 내정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통합해 출범한 한빛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금융 자추위 관계자는 "현직 주요 경영진으로서 '경영 연속성 확보'와 조직 쇄신을 위한 젊은 '세대교체형 은행장' 선임에 방점을 두고 은행장 후보군 중 적임자를 찾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앞서 조병규 현 우리은행장은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사회에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아직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은행장들도 연임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인사에선 괄목할 만한 실적보다도 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내부통제 미흡에 대한 책임이 더 큰 평가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인사는 실적보단 횡령 등 여러 금융사고와 관련한 내부통제 미흡 문제가 불거졌던 점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도 지주와 은행을 향해 지속적인 내부통제 강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사 내 온정주의적 조직문화가 금융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해 온 측면도 고객보호와 내부통제 기능 약화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주 회장이 그룹 전체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로서 자회사 내부통제 작동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 내부통제 확립을 위한 이사회 역할 강화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첫 2년 임기를 마친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올 상반기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농협은행의 경우 은행장 연임이 매우 드문 데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당시부터 내부통제 및 관리 책임 강화를 강조하면서다. 농협은행은 이달 중 차기 행장 후보군을 공개할 예정이다.

반면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타 은행과 비교해 역대급 성적으로 그룹 내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거나 금융사고가 없어서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이달 중순 경 차기 행장 후보를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지주 회장 중에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함영주 회장은 내년 3월 말, 이석준 회장은 올해 말 임기를 마친다. 하나금융은 내년에, 농협금융은 이달 회장 후보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농협)은 은행장 외에도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41개 자회사 CEO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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