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인공지능(AI) 서밋 2024'에서 황 CEO와 나눈 일화를 소개했다.
최 회장은 "(황 CEO가) HBM4 공급을 6개월 당겨달라고 했다"며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보며 '가능하겠냐'고 물었더니 '최대한 해보겠다'고 하더라"고 언급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말한다. 현재 양산 중인 제품의 최고 사양은 SK하이닉스가 만든 '12단 적층 HBM3E(5세대)'이며 HBM4(6세대)는 아직 개발 단계에 있다.
황 CEO가 직접 HBM4를 언급한 이유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용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의 관계 때문이다. AI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데이터를 쌓아두고 GPU를 통해 계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GPU가 데이터를 읽을 수 있도록 옆에 쌓아두는 게 HBM의 역할이다.
따라서 GPU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HBM의 처리 속도가 올라가야 한다. 이번에 황 CEO가 요구한 HBM4의 경우 기존 HBM3E보다 최소 2배의 성능 향상이 필요한 걸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HBM4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기존 HBM3E 경쟁에서 뒤처진 삼성전자로선 HBM4 수요를 선점해 그 동안 부진을 털어내겠단 전략이다.
다만 SK하이닉스와 접근하는 기술적 방향성은 다르다. HBM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D램을 합치는 '적층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 방식(TC-NCF)'을 채택했고 SK하이닉스는 '대량 칩 접합 몰딩 방식(MR-MUF)'을 선택했다.
TC-NCF는 칩 사이에 접착 필름을 넣고 열을 가해 합치는 공정이라면 MR-MUF는 칩 사이에 '에폭시 몰딩 컴파운드(EMC)'라는 물질을 채워 붙인다. TC-NCF가 열로 눌러 합친다면 MR-MUF는 접착제로 붙이는 셈이다.
공정에 따라 제품의 특징도 다르다. TC-NCF의 경우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에 강하고 접합 강도가 높다고 알려졌다. 이와 달리 MR-MUF는 생산 속도가 빠르고 방열 효과가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두 회사는 모두 내년 하반기 제품 양산을 목표로 HBM4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와 HBM 선두 주자 SK하이닉스가 벌이는 기술 경쟁의 결과도 내년 하반기에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