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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라인야후 자본 재편 압박 완화...AI 시대 데이터 가치 부각돼

선재관 2024-07-09 06:00:00

일본 총무상 "자본관계 재검토가 목적 아니다"...한일 정부 대응 온도차 두드러져

[이코노믹데일리]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대한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을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자본관계 재검토 자체가 (행정지도) 목적은 아니다"라며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이는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자본 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음을 시사한다.

마쓰모토 총무상은 라인야후가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 내용이 제시돼 있어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라인야후는 지난 1일 총무성의 2차 행정지도 내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 부분에 대해 "단기적으로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이 예상보다 온건해진 것이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이 지난 5일 일본 도쿄 총무성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인야후 보고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라인야후의 보고서에는 보안 거버넌스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네이버에 대한 정보기술(IT) 인프라 위탁을 당초 계획보다 더 빠르게 종료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이에 대해 마쓰모토 총무상은 "안전관리 대책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이 착실하게 이행되고 있다"며 "업무 위탁 축소와 종료를 위한 구체적 계획이 책정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발언은 일본 정부가 더 이상 라인야후 측에 '자본관계 재검토'를 강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한국 내 거센 반발 여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과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
네이버 입장에서는 압박에 밀려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단기적으로는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 안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현재 라인야후 지분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여기에는 지분 매각, 지분 관계 조정, 매각 하지 않기 등 다양한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태의 근간에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심화된 핵심 국가경쟁력 확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라인 메신저는 일본 인구의 80%가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로 사용자의 업무·금융·생활 전반에 걸친 방대한 데이터를 생산해낸다. 이는 AI 학습용 데이터로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라인 사무실 모습[사진=일본어판 라인-에이치알(HR)]

AI 기술 발전이 현재는 하드웨어 반도체에 달린 것으로 보이지만, 곧 AI를 구동할 진정한 '연료'는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될 것이라는 게 IT 업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2028년경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공공 데이터가 고갈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인구가 라인이란 플랫폼을 통해 매일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텍스트와 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네이버 입장에서는 라인야후를 통해 얻는 데이터의 가치가 더욱 절실하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네이버의 텍스트 기반 플랫폼 인기가 시들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라인야후에서 생산되는 일본어 데이터는 한국어와 언어적으로 가깝다는 점에서 AI 학습용 데이터로서 효용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플랫폼을 통해 AI 학습용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사업자(CSP)로서의 레퍼런스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보안 사고로 인해 일본 측이 서비스 분리를 요구하면서 네이버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는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 국내 클라우드 시장상황 그리고 국가 안보
국내 클라우드 업계 현황도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국내 클라우드 업체 선두 주자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력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21년 기준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에서 네이버는 7%에 그쳐 1위 아마존웹서비스(AWS)의 62.1%에 크게 뒤처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클라우드의 라인야후 서비스 수탁은 국내 클라우드 산업 자생력 확보의 중요한 기회였다는 점에서 이번 자본관계 재검토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다.

한편 일본 정부의 대응과 한국 정부의 대응 사이에는 뚜렷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 침해 사고를 이유로 AI·클라우드 산업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소유권에까지 목소리를 낸 반면, 한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원칙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 IT 당국은 클라우드 업계에 '선 자율규제, 후 독과점 규제' 원칙을 기조로 삼고 있다.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이 우선 과제다 보니 글로벌 빅테크 클라우드 업체에 대한 규제가 아직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에 배치된 로봇 세로&가로가 서버 렉을 이동하는 모습. [사진=네이버]

이에 대해 '클라우드 주권' 보호에 대한 당국의 노력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최근 러시아 백신 '카스퍼스키'의 역내 사용을 금지하는 등 '보안 주권'은 각국에서 민감하게 다루는 추세"라면서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에서 침해사고가 생기자 보안 주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임과 동시에 이를 빌미로 정치·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네이버-라인야후 자본관계 재검토 문제는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AI 시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임이 드러났다. 데이터의 가치와 클라우드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가운데 양국 정부와 기업들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특히 한국 정부의 클라우드 산업 육성 정책과 데이터 주권 보호 노력이 어떻게 균형을 이룰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간 데이터 주권 문제와 글로벌 IT 기업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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