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세포라 코리아가 한국 시장 진출 5년 만에 철수를 선언했다. 세포라는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소속 글로벌 1위 화장품 편집숍이다. 지난 2019년 국내 출범 당시 코로나19 악재와 시기가 겹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세포라는 2022년 노현우 대표 선임 이후 3~5개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 본격적인 계획을 알렸지만 완전 자본잠심 상태에 빠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세포라가 철수하게 되면서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 9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의 독주체제가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20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세포라는 지난 19일 오후 공식 소셜미디어(SNS)와 웹사이트를 통해 영업 종료 예정 사실을 공지했다.
세포라는 “무거운 마음으로 한국에서의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며 “오는 5월 6일부터 단계적으로 온라인몰, 모바일앱 스토어,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종료하고 시장 철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포라는 2019년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열며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서울 명동 롯데 영플라자, 잠실 롯데월드몰, 여의도 IFC몰, 갤러리아 광교점 등에 신규 매장을 열며 영업망을 확대했다. 하지만 2022년까지 14개의 매장을 내겠다던 포부와는 달리 한국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시장 진출 초기 코로나19 유행이 맞물렸다는 점이 가장 큰 패착 요인이었다. 당초 세포라는 ‘체험형 메이크업 서비스’를 차별점으로 내세웠지만 코로나19 창궐 당시 소비자들이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해당 전략이 먹히지 못했다.
또 국내에서 생소한 해외 브랜드 라인업을 보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제품이 구성돼 한국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포라 코리아의 영업손실은 해가 넘어갈수록 불어났다. 2020년 124억원에서 2021년 145억원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176억원에 달했다. 순손실은 202억원으로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299억원, 자본금은 262억원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로 인해 2022년 1월 명동점 영업 종료, 2023년 3월 여의도점 영업 종료에 이어 올해는 아예 철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명품 기업 LVMH 마저 ‘K-뷰티’ 시장에서 쓴 맛을 보면서 국내 화장품 편집숍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한 CJ올리브영의 독주체제만 한층 더 공고해졌다.
GS리테일이 운영하던 랄라블라는 2022년 11월 완전 철수했으며, 롯데쇼핑의 롭스도 현재 롯데마트 내 ‘숍인숍’ 형태의 10여개 매장만 운영 중이다. ‘한국판 세포라’로 불리는 신세계백화점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오프라인 매장 축소 추세다.
반면 올리브영은 2021년말 1265개에서 지난해 말 1339개로 오히려 점포수를 늘려갔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0% 가량 늘어난 3조9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국내 H&B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리브영의 제품은 중저가에 형성돼 있는 중소·중견 화장품 브랜드가 80%를 차지한다. 물가 부담에 가격이 상품 구매를 결정하는 최우선 요소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옴니채널’ 전략도 주효했다. 대표적인 옴니채널 서비스인 ‘오늘드림’이 급성장했다. 오늘드림은 올리브영이 지난 2018년 시작한 즉시 배송 서비스로 2022년 서울 지역 온라인 주문 가운데 매장을 통한 오늘드림 비중은 38%를 기록했다.
CJ올리브영의 온라인 사업 매출 비중은 2019년 10.6%에서 2022년 24.5%, 작년 3분기 25.9%까지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포라가 한국 진출 이후 코로나19와 CJ올리브영의 독주 등으로 추가 매장 출점과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리브영이 최근 몇 년간 국내 시장에서 1위 체제를 확고히 하면서 경쟁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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