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와 세계 명품 그룹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의 ‘세포라’가 국내 헬스&뷰티(H&B)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포라의 한국 법인인 세포라코리아는 2년 연속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시코르는 오프라인 매장이 줄줄이 폐점하면서 매출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H&B업계에서 유일하게 CJ올리브영이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시코르·세포라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우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세포라코리아는 국내 진출 당시 밝혔던 출점 목표에 반 이상을 채우지 못하고 오히려 점포 수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14개의 매장을 열겠다고 밝혔지만 작년 1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위치한 2호점의 문을 닫았다. 국내 진출 이후 이뤄진 첫 폐점으로 총 점포수는 6개에서 5개로 줄었다.
이후 지난달 서울 여의도 IFC몰 안에 있던 세포라 IFC몰점까지 폐점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세포라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지만 1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만 전년보다 36.7%늘어난 2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보다 적자가 더 많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세포라코리아의 자본총계는 -299억원으로 2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렇다보니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하기 위한 대처방안으로 모기업의 자금 수혈도 이어지고 있다. 세포라코리아는 지난해 말 지배기업 세포라 SAS로부터 단기차입금 229억7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한국씨티은행 운전자금대출 111억480만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제공받기도 했다.
세포라코리아는 국내 상륙 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말 진출 이후 곧바로 코로나19 타격을 입으며 매장 확대 계획 등이 불가피하게 수정됐다. 세포라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체험형 매장이라는 차별성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한국판 세포라’인 신세계 시코르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7년 대구점을 시작으로 2년 만에 30호점 개점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명동·가로수길 등 주요 매장을 줄줄이 폐점해야 했다. 현재 전국 오프라인 매장은 23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시코르는 지난해 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해 오는 2024년까지 1500억원의 매출을 거두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가 구체적인 시코르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시코르 온라인몰인 시코르닷컴이 최근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목표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을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세포라와 시코르의 고전에는 CJ올리브영이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란 말도 있다. CJ올리브영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이 있던 지난 3년 동안에도 매장 수가 꾸준히 증가해 작년 기준 1298개로 늘어났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2조7809억원, 영업이익은 97% 증가한 2714억원을 달성했다. 올리브영의 시장 점유율도 2020년 52.5%에서 2022년 68.3%로 크게 증가했다.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 속 세포라와 시코르가 반전의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최근 몇 년간 국내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확고히 하면서 경쟁사의 입지는 매우 좁아졌다”며 “화장품 업체의 자체몰 확대, 패션 플랫폼까지 화장품 판매를 하는 상황이라 사업 확장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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