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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한중 대화의 窓 문화로 열다…선사·고대 중국 만날 수 있는 다보성갤러리

박경아 기자 2023-06-27 06:00:00

중국 선사부터 근대 유물 수백점 소장하고 한중간 '문화의 다리' 자처

서울 강남 송은갤러리서는 7월 1일까지 올리 지그 중국현대미술 전시

다보성갤러리가 소장 중인 당나라 시대 중국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채회도용(彩繪陶俑)들. 오랜 세월이 지나며 비록 색채는 흐려졌으나 긴 소매를 가리고 웃는 수줍은 시녀의 미소, 마상(馬上) 사내의 늠름한 모습은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사진=박명섭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몇 해 전, 중국 청두(成都)의 한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 적이 있다. 업무차 중국 베이징(北京)부터 난징(南京)까지 3개 도시를 일주일 일정으로 돌던 중이었다. 베이징에서 했던 일정대로 아침 7시 30분쯤 일어나 식사를 한 뒤 9시경 버스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식사 후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한참 창밖을 바라봐도 해가 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중국이란 넓은 땅 덩어리에서 베이징 표준시 하나에 맞춰 전 국민의 일상이 돌아가다 보니 우리 일행의 버스가 출발할 무렵에야 희미하게 빛이 돌기 시작됐다. 이것이 중국이었다.

한중 관계가 덜그럭 거릴 때면 깜깜한 밤중 같은 창밖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던 청두의 아침을 떠올리곤 한다. 중국에 가기 전까지 중국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중국에 가보니 낯선 경험을 연이어 하게 됐다. 미중 수교, 한중 수교 뒤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주식시장이 문을 열었으며 국내외 관광객들이 자금성을 오갔으나 외국 카드는 통하지 않는 자본주의였고 온 나라가 같은 시간대로 움직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교를 비롯한 중국의 각종 철학, 문학, 미술 등 문화 분야에서는 오래 묵은 진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진시황이 책을 태워도 학자들의 정신은 계승됐고, 혁명이란 이름으로 파괴해도 문화는 살아남았다. 이것도 중국이다. 우리 이웃에서 여러 얼굴로 수천년을 버티고 있는 진짜 중국을 아는 첫걸음, 중국에 가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다.    

◆ 과거 중국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고예술품의 향연...다보성갤러리

우리 가까이 있는 중국을 감상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으로 선사 시대부터 근대까지 중국의 다양한 문화재를 체험할 수 있는 다보성갤러리를 추천한다. 
 

중국 선사시대 유물 마노 태양신 [사진=다보성갤러리]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57 수운회관에 위치한 다보성갤러리는 수운회관 1,2,4층 전시장과 수장고에 한중일 고미술품 5만여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 고미술품을 다량 소장하고 있어 중국 본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중국 고미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다보성갤러리 대표 김종춘(75) 회장은 지난 1983년 다보성갤러리를 오픈해 한중일 삼국의 고미술품들을 대중에게 선보였을 뿐 아니라 수준 높은 다수의 고미술품과 귀중한 사료를 수집해 우리나라 국공립 박물관과 대학·사립박물관 등에 공급하는 역할까지 해왔다.

김 회장이 40년 넘게 우리 문화유산 지킴이를 함으로써 최상급 문화재를 보유하고도 있고 일본 등지로 팔려가는 북한발 우리 문화재들을 애써서 들여오기도 했으며 우리보다 경제 발전이 늦었던 중국 고미술품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보고 지금은 중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선사시대부터 근대시대까지의 다양한 중국 문화예술품들을 다량 보유할 수 있었다.

그간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를 열어온 다보성갤러리는 지난 2021년 9월 29일부터 2022년 1월 31일까지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특별전’ 겸 ‘개관 40주년 기념 한·중 문화유산(韓中文化遺産) 재발견’이란 주제로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한·중 양국의 다양한 문화재 500여 점 전시한 적이 있다.
 
당시 김 회장은 사드 배치와 코로나 펜데믹으로 한중 양국간 거리가 생기고 민간교류까지 약화되자 “이웃 나라로서 상호 교류와 소통을 통해 발전해온 한국과 중국의 문화유산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로 이 같은 전시회를 마련했다.

다보성갤러리가 보유 중인 중국 대표적인 고예술품으로는 △신석기시대 마노태양신 △옥봉용 △한대 녹유도선 △당대 당삼채연리문관음보살좌상 △송대 ‘동궁’관각화연문천계병 △첩화용문개향로 △피낭호 △‘관’관각화연문봉수화구병 △원대 청화귀곡자하산문지통 △황갈채어화문관 △명대 선덕백자홍지청화세한삼우문관 △만력황지체길상문관 △청대 ‘건륭어제’관법랑채화조문병퇴병 등을 꼽을 수 있다.

지금도 다보성갤러리에 발걸음하면 이들 중국의 고급 문화유산들을 통해 수천년을 이어온 중국을 관통하는 예술혼과 그 안에 담긴 삶,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김 회장은 “한국과 중국은 과거 수천 년 동안 교류하면서 각자 고유문화와 예술을 발전시켰고 우리 갤러리가 소장한 중국의 고미술품들은 한중이 과거 수천 년 동안 교류하면서 발전시킨 양국 고유문화와 예술을 확인하는 한편 양국이 상호 문화교류와 협력을 토대로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문화예술은 영원하며 고대와 현대를 이어가는 역사의 다리이라 한중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다보성갤러리에서 소장 중인 중국의 대표적 고미술 작품들이다.

•마노 태양신과 청동금문반(靑銅金文盤)
다보성갤러리 소장 작품 가운데 가장 연대가 오래된 작품은 중국 선사시대 작품인 마노 태양신과 중국 서주시대(1046~771BC)에 제작된 청동금문반(靑銅金文盤)이다. 청동금문반은13x23.2x16cm 크기로 서주에서 청동으로 제작해 왕실에서 사용한 왕실 제사용 용기로 역사적 사료로서 가치가 높다. 금문(金文)은 청동기의 표면에 주각(鑄刻)한 글씨를 말한다. 

•녹유선(綠釉船)
녹유선(綠釉船)은 중국 한나라(BC202∼AD220) 때 선박 모양으로 만든 도자기다. 녹유는 한나라 때 처음 만들어진 유약으로 토기 표면에 녹색과 청색을 내는 유약을 바른 뒤 불에 구워낸 것인데, 고화도를 사용하는 청자유가 발명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한나라의 녹유는 한반도에도 전해져 백제의 기와, 신라의 도용(陶俑) 등 제작에 활용됐으며 이 ‘녹유선’은 한나라의 우수한 선박 제조와 항해 문화, 황실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진귀한  문화유산이다.   


 

중국 서주시대(1046~771BC)에 제작된 청동금문반 [사진=박명섭 기자]

 


중국 한나라 시대 만들어진 녹유선. 녹유란 채색과 당대 선박 제조기술을 엿볼 수 있다. [사진=다보성갤러리)

 

중국 당나라시대 당삼채연리문관음보살좌상. 채색은 여전히 화려하다. [사진=다보성갤러리]

 

중국 첩화용문개향로.향을 피우는 자그마한 향로다. [사진=다보성갤러리]

 
•청화귀곡자하산도지통(青花鬼谷子下山图纸筒)
중국 원나라의 대표적 도자기 생산지인 경덕진에서 제작된 원통형 도자기가 바로 청화귀곡자하산도지통(青花鬼谷子下山图纸筒)다. 가로세로높이가 35.5x35x29cm. 수평의 원형과 수직의 직선이 아름 다운 조화를 이룬 청화백자의 대표적 걸작이다. 무엇보다 바깥쪽 기면에 그려진 이미지가 유명하다. 기원전 4세기의 영웅인 왕후 이야기가 그려진 것으로 이 백자의 바깥 표면에는 귀곡자가 호랑이와 표범이 끄는 수레를 타고 숲속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귀곡자의 맞은편에는 말을 타고 질주하는 장수와 긴 창을 어깨에 메고 걸음을 재촉하는 병사가 그려져 있어 전쟁과  관련되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귀곡자의 일화가 그려진 도자기는 중국에서도 매우 희귀하며, 귀곡자의 일화는 도자기뿐 아니라 여러 예술품의 장식에도 쓰일 정도로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였다. 그 가운데 이 청화백자는 귀곡자 일화의 희귀한 걸작으로 꼽힌다. 

 

중국 원나라의 대표적 걸작품 청화귀곡자하산도지통 [사진=다보성갤러리]

중국 명나라대 선덕백자홍지청화세한삼우문관 [사진=다보성갤러리]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나라 때 건륭어제의 관법랑채화조문병퇴병 [사진=다보성갤러리]

◆ 중국 '현재'를 엿볼 수 있는 송은미술관의 울리 지그 중국현대미술 컬렉션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41 송은미술관에서는 지난 3월 10일부터 세계적인 미술품 수집가 울리 지그의 중국 현대미술 소장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5월 20일까지는 중국 현대작가 35명의 설치,영상, 조각 회화 등 작품 49점을 선보였다. 현재는 스위스 출신 외교관이자 사업가인 울리 지그가 중국의 문화대혁명 이후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 탈피하기 시작한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했고 2012년 홍콩M+뮤지엄에 자신의 컬렉션 3분의 2 가량인 1510점을 넘기고 남은 컬렉션을 이번에 한국에서 전시한 것이다. '기증'에 목표를 두어 이번 전시회는 무료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 중국 작가들의 자유 의지와 인권, 언론 자유 등에 대한 현대 중국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중국 현대미술품 수집가인울리 지그 소장품들이 지난 3월 10일부터 서울 강남구 송은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사진은 송은 미술관 1층에 전시 중인 중국 현대 작가 아이 웨이아이의 '안전자켓'(사진 왼쪽)과 장쿤쿤의 업라잇(Upright· 사진 오른쪽)[사진=송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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