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ESG

[코로나 9개월, 4대 그룹 4대 키워드④]초격차, 자부심 유지 위한 선두주자의 고민

이범종 기자 2020-09-29 05:05:00

이재용 “자칫하면 도태” 시스템반도체 총력

구광모 배터리 1등 여세 몰아 사업 분할

최태원 콘텐츠 강화로 이동통신 1위 격차

정의선, 수소차 경쟁우위 위해 아낌없는 투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동방] ‘패스트 팔로워’로 기술 산업 반세기를 견뎌온 4대 그룹은 그 어느 기업보다 추격자의 무서움을 잘 안다. 삼성과 SK가 즐겨 쓰는 ‘초격차’는 선두주자의 자부심과 도전자의 표적이 된 두려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단어다.

◆남과 같아서는 1등 유지 안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어록에는 1등 특유의 초조함이 묻어 있다. 6월 화성 반도체 연구소에서는 “가혹한 위기 상황”을 이야기했고, 수원 사업장에선 “자칫하면 도태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메모리 반도체 1위 신화를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1위로 완성하려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030년까지 133조원 투자와 1만5000명 고용을 약속했다. 평택 캠퍼스 내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생산 시설과 낸드 플래시 생산 투자로 실천 중이다.

기회는 준비한 만큼 찾아왔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IBM의 서버용 CPU ‘파워10’을 자사가 생산한다고 밝혔다. 그래픽 처리장치 기업 엔비디아의 GPU 신제품 ‘지포스 RTX30’ 생산도 수주했다. 퀄컴의 5G 스마트폰용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 ‘스냅드래곤’ 위탁 생산도 계약했다.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은 5조4300억원이다. 전분기 3조9900억원보다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어느 분기보다 높지만 11조원대를 기록한 2018년 1~2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이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시장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왕좌에 손을 뻗는 이유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행복토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SK 제공]

초격차를 주문처럼 외는 또 다른 기업이 SK텔레콤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늘 ‘행복’과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계열사를 통해 초격차를 강조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 5G 상용화 때부터 ‘초격차’를 내밀었다. 빠르고 넓은 네트워크로 사회 진화를 이끈다는 포부다.

LTE에 이어 5G 시대에도 시장 1위를 지키려는 노력은 실적으로 반영됐다. 올해 2분기 SK텔레콤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19% 늘어난 3595억원이다. 이통 3사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남은 과제는 부족한 커버리지와 속도 개선, 흡인력 있는 콘텐츠다. 하지만 업계 공통 해법을 초격차 전략으로 세우기는 어렵다.

최 회장이 두려워하는 ‘서든 데스(갑작스런 죽음)’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는 2017년 “급변하는 경제·사회 환경 아래서 기업이 서든 데스 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사회·경제적 요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초격차를 향해 가는 SK텔레콤이 가진 통신사로서의 지위와 책임을 묻는 말이기도 하다.
 

구광모 LG 회장이 2월 17일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개발 현황을 듣고 있다.[사진=LG전자 제공]

◆길게 보고 투자하라

배터리 업계의 왕좌는 LG가 앉으려 한다. 구광모 회장의 활로는 분사다. 1992년 영국에서 충전식 배터리를 발견해 가져온 고 구본무 회장은 2000년 미국에 연구법인 LGCPI를 세우고 수천억원대 적자와의 싸움을 이어갔다. 미래 먹거리일수록 길게 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신념은 아들 구광모 회장의 든든한 발판이 됐다.

LG화학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4.2%로 1위다(SNE리서치). 전기차 배터리 특허도 1만7000개에 달한다.

실적도 거침없다.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 2조8230억원에 영업이익 155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위인 중국 기업 CATL(22.3%)과 3위 일본 파나소닉(21.4%) 간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다. 더 빠르고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구 회장의 배터리 초격차 해법은 사업부문 분할이다. 17일 LG화학 이사회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 물적분할을 의결했다. 목표는 2024년 매출 30조원 달성이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3조원이다.

구광모 회장은 22일 최고 경영진 회의에서 사업별 특성에 맞는 기회를 찾아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나서기로 했다. “어려움 속에도 반드시 기회가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해 가자”는 그의 발언에서 배터리 분사를 통한 초격차 의지가 드러난다. 불확실성에 따른 발 빠른 대응이자, 초격차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말 ‘2025 전략’을 발표했다.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등 2대 사업 구조를 축으로, ‘내연기관 고수익화’, ‘전동차 선도 리더십’, ‘플랫폼 사업기반 구축’ 등을 3대 전략으로 삼고 앞으로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2025년에는 전기차 100만대를 판매해 세계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수소차로는 2025년까지 유럽으로 1600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총 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늘리고, 향후 5년간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친환경 차량, 특히 수소차 선두주자로써의 글로벌 경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다짐을 볼 수 있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