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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군을 정리하는 권력, 권력을 준비하는 군

양규현 사장 2026-01-26 14:39:46
양규현 이코노믹데일리 사장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유샤에 대한 조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중국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이는 이를 중국군 역사상 전례 없는 최고위급 숙청으로 규정하고 또 어떤 이는 미국과 연계된 초대형 간첩 사건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중국 정치와 군을 그동안 관찰해 온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해석은 대체로 현상에 집중한 나머지 구조를 놓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중국에서 군 인사는 언제나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 정치 권력의 시간표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분명히 할 점은 장유샤라는 인물이 갖는 무게다. 그는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서 명실상부한 중국군 서열 2위 인물이며 혁명 원로 가문 출신의 이른바 ‘태자당’으로 분류되는 정치적 상징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동시에 그는 오랜 군 경력과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군 내부에 독자적 영향력을 축적해 온 장성이기도 하다. 이런 인물에 대한 조사는 당연히 국내외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파장이 크다고 해서 그 의미가 곧바로 체제의 불안이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치의 역사는 오히려 그 반대의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

 일부 외신이 제기한 ‘미국 배후설’이나 ‘핵 기밀 유출’ 혐의는 자극적인 서사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현재까지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은 여전히 “심각한 기율 위반과 불법 행위”라는 표현에 머물러 있다.

 중국 정치에서 이 표현이 갖는 함의는 매우 넓다. 그것은 단순한 금전적 부패를 의미할 수도 있고 인사권 남용이나 조직 원칙 위반, 정치적 노선 문제를 포괄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외부에서 구체적으로 상정하는 혐의들이 아직 중국 내부의 정치 언어로 공식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의 군사·정치 시스템은 외부의 시선과 내부의 판단 사이에 언제나 일정한 간극을 두어 왔고 이번 사안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을 특정 혐의의 사실 여부로만 좁혀 바라볼 경우 중국 정치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군은 국가 기관이기 이전에 당의 군대이며 군에 대한 통제는 곧 권력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척도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군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와 반부패 조사가 반복되어 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라기보다는 군이 독자적 정치 행위자가 되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구조적 선택에 가깝다.

 이번 장유샤 사건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은 ‘간첩’이라는 단어보다 ‘재정렬’이라는 개념이다. 시 주석은 2022년 3연임을 확정 지은 이후 당과 정부 그리고 군 전반에 걸쳐 권력 구조를 다음 단계에 맞게 조정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는 단기적 위기 관리가 아니라 중장기적 권력 운영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특히 군은 이러한 준비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손대는 영역이자 동시에 정권의 성패를 가루는 결정적인 영역이다. 군이 안정되지 않으면 어떤 정치적 구상도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유샤 부주석과 함께 거론되는 인물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진급했던 장성들에 대한 동시다발적 조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특정 개인을 겨냥한 보복이나 숙청이라기보다는 과거 인사 체계와 인맥 구조를 한꺼번에 정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중국 군부에서 오랜 기간 형성된 비공식 네트워크와 지역·기수 중심의 결속은, 평시에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권력 승계 국면에서는 잠재적 불안 요소로 인식되기 쉽다. 지금 진행되는 일련의 조치는 바로 이러한 요소들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중국군의 지휘 능력이나 작전 수행 능력이 단기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러한 지적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고위 장성들의 공백은 분명 일정한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인민해방군은 개인의 결단보다 체계와 절차, 집단 지휘를 중시하는 조직이다. 특정 인물의 부재가 곧바로 전체 작전 능력의 급격한 저하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시 주석은 이러한 인사 정비를 통해 ‘능력 있는 개인’보다 ‘절대적으로 통제 가능한 조직’을 우선하는 군 문화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이번 사태를 시진핑 주석의 4기 출범 준비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해석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중국 정치에서 지도자의 장기 집권은 단순히 임기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당·정·군 전반에서 그 체제가 계속된다는 신호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내느냐의 문제다. 특히 군은 그 신호의 최종 보증자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마오쩌둥의 장기 집권, 덩샤오핑의 실질적 권력 유지, 장쩌민의 군권 연장 모두 군 인사 재편과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2028년을 시야에 둔 군부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은 과도한 추측이라기보다는 중국 정치의 관행에 부합하는 분석에 가깝다.

 결국 장유샤 사건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특정 인물의 몰락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시진핑 체제가 여전히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며 그 완성을 위해 군을 마지막 퍼즐로 정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부에서는 이를 불안의 신호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내부 논리로 보면 이는 오히려 체제를 장기화하기 위한 정비 과정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사건이 아니라 구조이며 개인의 흥망이 아니라 권력의 방향이다. 그 방향은 지금 분명히 다음 단계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