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창용 총재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은이 2013년 이후 현재까지 금을 사들이지 않고 있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지난 2013년 2월 금 20톤을 매입한 뒤 현재까지 금 보유량을 104.4톤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외환보유액의 약 1.2% 수준이다.
올해 들어 국제 금값은 연초 대비 50%나 올랐다. 미국 금리 인하 전망, 달러 약세,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금 투자가 달러보다 안전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상승한 영향이다.
이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반면, 한은만 투자수익 창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여야 양측 모두에서 나온 것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만이나 싱가포르처럼 비기축통화이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 경제국들도 금 보유 비중이 5~7% 수준"이라며 "기축통화국에서는 안전성 유동성 자산이 커야 되지만 금이 가지고 있는 보험성 자산으로서의 어떤 보완적 기능을 우리가 활용을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또 "외환보유액의 5% 수준으로 금 비중을 높였다면 약 50억 달러의 추가 외화자산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금 매입을 중지한 2013년 이후 10년 간은 금보다는 주가가 훨씬 더 올라갔기 때문에 합리화된다"며 "그 이후 최근 3년의 경우 금값 상승의 수혜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에 상당히 수긍하는 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최근 3년의 변화를 보고 외환보유액 자산을 변동시키는 것이 좋으냐는 것은 저희가 더 생각해 봐야 한다"며 "최근 3년은 개입을 통해서 외환보유액을 줄여가는 국면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쪽으로 움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방향으로 갔을 때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소지가 있다"며 "현재도 외부 자문을 받으며 일부 자산을 한국투자공사(KIC)에 위탁운용하고 있고 구조적으로 다 살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세계 10위인데 금 보유량은 38위"라며 "다른 나라 중앙은행은 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는데,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커지고 달러가 불안정할 때는 금을 더 사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의한 것에 대해선 "외환보유고가 늘어날 때는 새로운 자산을 고민할 수 있는데 최근 2~3년은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쪽이어서 한은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앞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역시 "(방송인) 김구라씨가 5년 전 금을 1억원어치 샀는데 현재 시세가 3억4000만원이 됐다고 한다"며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금 시장에 대응했다면 외환보유고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대출 의원이 금 보유를 더 늘릴 계획이 없는지 묻자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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