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카카오가 대대적인 그룹사 구조조정과 분기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재도약의 신호탄을 쐈다. 정신아 대표 주도로 2년간 43개의 계열사를 정리하고 인공지능(AI) 중심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냉정하다. 무리한 확장 경영이 남긴 후유증과 사법 리스크라는 무거운 족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13일 현재 그룹 계열사 수를 99개까지 줄였으며 연말까지 80여 개 수준으로 추가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 9월 142개에 달했던 계열사가 2년도 안 돼 30% 넘게 줄어드는 셈이다. 이러한 ‘군살 빼기’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사법 리스크와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카카오의 절박한 자기반성으로 풀이된다.
재무 성과는 인상적이다. 카카오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859억원으로 분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와 주력 사업의 견조한 성장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시장은 단기 실적 개선보다 근본적인 신뢰 회복과 성장 동력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한때 17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현재 4만원대에 머물러 있으며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100조원 이상 증발한 상태다. 역대급 분기 실적만으로는 추락한 주주가치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카오가 제시한 미래 성장 카드는 ‘AI와 카카오톡의 결합’이다. 오는 10월 말 오픈AI와 협력한 ‘챗지피티 포 카카오’와 자체 온디바이스AI ‘카나나 인 카카오톡’ 출시 계획을 밝혔다. 이는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로 자체 AI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과 달리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실리주의’ 전략으로 분석된다.
다만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결국 오픈AI의 기술에 의존하는 구조가 장기적인 경쟁력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주주가치 제고와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 역시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총주주수익률(TSR) 연계 보수체계 확대, AI 인재 육성, 소상공인 지원 등은 모두 사회적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뒤에야 나온 대책이다.
특히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전현직 경영진이 여전히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이러한 책임 경영 약속의 진정성을 온전히 인정받기는 어렵다.
정신아 대표는 “지난 1년 반 동안 그룹 지배구조를 속도감 있게 개편하고 미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재무 구조를 마련했다”며 “AI와 카카오톡의 결합을 통한 또 한번의 일상 혁신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약속이 무너진 신뢰의 탑을 다시 쌓아 올리는 초석이 될지 아니면 위기 탈출을 위한 임시방편에 그칠지 시장은 여전히 의구심 어린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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