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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삼성전자, 수학으로 푸는 '최적 수면 시간'...갤럭시워치에 탑재

선재관 기자 2025-07-28 10:46:15
'어제 수면' 분석 넘어 '내일 컨디션' 설계 KAIST 알고리즘, 웨어러블의 미래를 제시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사진=KAIST]

[이코노믹데일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개발한 개인 맞춤형 수면 가이드 알고리즘이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이 기술은 이달부터 출시된 ‘갤럭시 워치8’ 등 최신 삼성 갤럭시 워치에 탑재돼 전 세계 사용자에게 과거 데이터 분석을 넘어선 '미래 설계형' 수면 관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번 성과는 순수 수학 이론이 실제 산업 기술로 확장된 대표적인 산학협력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상용화된 기술의 핵심은 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수면 시간 추천 알고리즘이다. 기존 스마트워치들이 사용자가 ‘어젯밤 몇 시간을 잤는가’와 같은 과거의 수면 기록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김 교수팀의 알고리즘은 한발 더 나아간다. 

수학적 모델링과 생체리듬 이론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누적된 수면 패턴을 분석, 수면 압력과 생체시계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를 통해 ‘오늘 밤 언제 잠자리에 들어야 내일 하루를 가장 상쾌하게 보낼 수 있는지’를 예측해 알려준다.

단순히 몇 시간 자라는 식의 추상적인 권고가 아니다. “밤 11시 10분에서 11시 40분 사이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이상적입니다”와 같이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시간 창(time window)’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수면을 단순히 기록하고 평가하는 수동적 관리를 넘어 사용자가 더 나은 하루를 위해 능동적으로 수면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마치 어제의 날씨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내일의 날씨를 예보해 우산을 챙기도록 조언하는 것과 같다.

 
미래형 수면 알고리즘 모식도.[사진=KAIST]

이 알고리즘은 이미 학계에서도 그 과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수면학회인 ‘SLEEP 2025’에서 김 교수의 강연은 학계의 주목을 받는 ‘핫 토픽스(Hot Topics)’ 세션에 선정됐으며 오는 9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World Sleep 2025’ 학회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이는 해당 기술이 상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학문적 엄밀함까지 갖췄음을 방증한다.

이번 산학협력의 성공 뒤에는 3년에 걸친 연구팀의 끈기와 KAIST의 지원이 있었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 연구실 자체적으로 수면 건강 앱을 개발하며 꾸준히 연구를 개선해왔지만 비전문 개발팀으로서 상용화까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논문과 수식 안에 머물 뻔했던 연구가 KAIST 기술가치창출원의 중개를 통해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파트너를 만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김재경 교수는 세계적인 수리생물학 분야의 권위자로 이번 협업을 통해 수학적 원리가 어떻게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고 수많은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연구팀은 현재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해 더 고도화된 수면 시간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등 후속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