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지난해 나랏돈으로 갚은 빚 '17조'…역대급 경신

지다혜 기자 2025-03-03 16:41:10
신속채무조정 신청, 4년 전 대비 605% 늘어
서울 한 건물 상가에 임대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서민·소상공인이 늘면서 지난해 금융공공기관의 대위변제액이 17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증사업을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신용보증기금 등 13개 금융공공기관·금융공기업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보증기관의 지난해 대위변제액 총규모는 16조3142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합산 대위변제액(13조7742억원)보다 18.4% 증가한 것이다.

이중 SGI서울보증보험(1조1133억원)은 상반기 수치만 반영한 것으로, 하반기 수치까지 더할 경우 대위변제액 합산 금액은 17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위변제란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빚을 갚아주는 것을 말한다.

13개 보증기관 중 가장 대위변제액이 많은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지난해 대위변제액은 6조940억원으로 전년(4조9229억원)보다 23.8%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 등이 늘어나면서다.

대출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많아지면서 신용보증기금의 대위변제액은 2023년 2조2873억원에서 지난해 2조9584억원으로 2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액도 2023년 1조7126억원에서 지난해 2조4005억원으로 40.2% 급증했다.

이 외에도 주택금융공사(6357억원→9117억원), 기술보증기금(9597억원→1조1679억원), 한국무역보험공사(686억원→1819억원) 등의 대위변제액이 증가했다.

공공기관의 손실은 커지지만, 정작 정책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역대급 이익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순이익은 총 16조4205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자 이익 역시 총 41조8760억원을 거둬 전년(40조6212억원)보다 3.1% 늘었다.

서민·소상공인의 채무 부담 관련 지표도 역대 최고치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왔으나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해 상환 능력 한계에 부딪힌 단기 연체자 및 연체 우려자가 폭증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채무조정 신청자는 19만5432명으로 전년(18만5143명) 대비 5.6%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첫해인 2020년 말(12만8754명)과 비교 시 51.8% 급증했다.

현재 정상적으로 채무를 갚고 있지만 연체가 우려되거나 1개월 미만 단기 연체자에 대해 채무 상환을 유예하거나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는 '신속채무조정' 신청자도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속채무조정 신청자는 5만527명으로 2020년 말(7166명)보다 605.1% 크게 늘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 파산도 역대 최다 기록이다. 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사건은 1940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전년(1657건)을 뛰어넘었다. 금융위는 자금난을 겪는 취약층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서민금융을 기존 계획보다 1조원 늘린 11조8000억원 규모로 공급하기로 했다.

오기형 의원은 "2023년부터 보증기관들의 대위변제 급증을 경고했지만, 정부가 최근에야 대책을 조금씩 발표하기 시작했다"면서 "은행들은 수 십조원의 이자 이익을 얻고 있으므로 은행들의 위험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