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SK그룹 AI 기술 박람회 'SK AI 서밋 2024'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 계획을 발표했다.
유 사장은 이날 키노트(주제발표) 연사로 나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ICT 강국 반열에 오른 것처럼 인프라에서 출발하는 성공 방정식이 AI 시대에도 적용될 것"이라며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를 구축해 대한민국이 AI 주요 3개국(G3)으로 도약하도록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다.
SK텔레콤이 구상하는 AI 고속도로는 SK그룹이 에너지·통신·반도체 분야에서 보유한 역량을 토대로 만들어질 AI 인프라를 가리킨다. AI 주권을 뜻하는 '소버린 AI'가 주요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미국·중국 등 강대국과 대등한 위치에 서려면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AI 데이터센터다. AI가 학습과 연산을 하려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아시아 태평양 데이터센터 시장이 4년 뒤에는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시장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역 거점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 세워질 데이터센터 규모는 우선 100메가와트(㎿)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수준에서 시작해 장기적으로 기가와트(GW)급으로 확장된다. 소모 전력은 수소·태양광·풍력 등 해당 지역의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반도체와 SK이노베이션의 액침냉각 기술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첫 번째 단계로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시험장을 오는 12월 경기 성남시 판교에 열기로 했다. 이곳에는 미국 엔비디아의 최신 GPU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차세대 액침냉각 솔루션, 전력 최적화 기술이 집약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GW급 AI 데이터센터가 만들어지면 50조원 이상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55만명 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175조원 이상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만성적인 GPU 부족 현상에 대응할 해법으로는 클라우드형 GPU(GPUaaS)가 제시됐다. GPUaaS는 개별 기업이 고사양 GPU가 들어간 서버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데이터센터에 가상 환경으로 구현된 GPU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미국 람다와 협력해 12월 엔비디아 'H100' 칩 기반 클라우드 GPU를 시작으로 내년 3월 국내 최초로 H200 클라우드 GPU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동통신망과 AI 컴퓨팅을 결합한 '에지 AI'도 도입된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PC) 같은 기기에서 직접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와 데이터센터의 간극을 메울 중간 단계로 에지 AI를 규정했다. 온디바이스 AI는 데이터 처리 지연 시간이 짧지만 대용량 연산에는 불리하고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에 유리하지만 지연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SK텔레콤의 에지 AI는 둘의 장점을 결합한 개념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전국에 연결된 통신망을 활용하는 한편 6세대 이동통신(6G)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SK텔레콤은 선행 기술 연구와 함께 국내·외 파트너사와 공동으로 통신망을 활용한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에지 AI 특화 서비스 실증을 진행 중이다.
유 사장은 "지금까지 통신 인프라는 커넥티비티(연결) 경쟁, 즉 속도와 용량 싸움이었으나 이제는 네트워크 진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6G는 통신과 AI가 융합된 차세대 AI 인프라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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