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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NH투증, 美 '시세 지연' 진실…주범 '코스콤'을 아시나요

박이삭 기자 2023-11-16 05:00:00
NH=투명+신속 대처…모범 사례 충분 금융당국, 사실 은폐…'비난의 외주화' 금감원 IT 가이드, 책임소재 불분명
박이삭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지난주 NH투자증권에서 발생한 미국 주식 시세 지연에 투자자들도 놀랐겠지만 기자는 다른 관점에서 깜짝 놀랐다. 오류를 빠르게 알린 뒤 대처한 NH투자증권만 비판을 받아서였다. 무엇보다 역설적인 건 다른 증권사는 해당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비난 받을 일도 없었다는 점이다.

발단은 코스콤(구 한국증권전산)에서 비롯됐다. 코스콤은 시세 데이터 등 국내외 금융시장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 회사로, 상법상 주식회사를 표방하지만 최대 주주가 한국거래소라는 점에서 공공성을 지닌다.

이 코스콤 내부 시스템 영향에 NH투자증권 컴플레인으로 번진 거였고 코스콤 측은 10단계 호가와 5단계 호가가 이중화된 까닭에 오류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10단계 호가 제공이 정상적이지 않았으나 즉시 5단계로 전환해 주문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해명이었다.

당시 NH투자증권은 코스콤에서 관련 통지를 받은 뒤 3분 만에 백업 계약한 회사 측 시스템을 활용했다. 공백 없는 거래를 위한 예방 조치가 작동한 셈이다. NH투자증권 측은 이 같은 내용을 회사 홈페이지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공지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증권사는 코스콤에서 똑같은 정보를 받는데도 시세 지연 발생 여부를 알리지 않았다. 그 증권사를 이용한 고객들은 시세 지연이 발생했는지조차 모른 채 거래했을 것이고 지금도 모를 것이다.

NH투자증권에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현상은 타당한가. 지연 사태를 직시한 뒤 빠르게 수습한 행위는 오히려 칭송하고 장려할 일이 아닌가. 이럴 때일수록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야 하나 진짜 원인 제공자인 코스콤 위에 있는 당국은 관련 사실을 은폐함으로써 비난을 외주화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금융 IT 안전성 강화 가이드라인은 살짝 삐딱하게 읽힌다. 금감원 IT조사국은 금융사가 개발·운영상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전산사고 주요 원인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모든 책임을 금융사로 돌리는 듯한 뉘앙스다.

당국 관계자가 이 글을 본다면 왜 오랫동안 적극적인 검사·제재 스탠스를 취하지 않았는지, 왜 예전에는 증권사가 먼저 전산 장애를 보고할 때까지 느긋하게 관망했는지, 왜 이제서야 가이드라인을 만든 건지, 올해 국정감사 때 이복현 원장 말마따나 금융사를 너무 신뢰해 왔던 건 아닌지 여쭙고 싶다.

소비자 불편 최소화에 목적을 둔 가이드라인의 진정성을 의심하진 않는다. 나 역시 당국 못지 않게 시스템 오류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 해도 소비자들이 책임소재를 분명히 알고 비판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 판가름이 거세된 가이드라인이라면 퇴행적으로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