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얼마 전 학원가 직영점에 고등학생 20명 가량이 우르르 몰려와 식재료를 싹쓸이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한국 틴에이저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마라탕 열풍’을 실감했습니다. 마라탕이 중독성이 아주 강해요. 10대들이 20~30대가 되어도 마라탕을 계속 먹지 않을까요?”
한국인의 입맛을 제대로 저격해 초대박 마라탕을 탄생시킨 (주)‘다복향’ 박호 대표는 한국에서 ‘마라탕의 대중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코로나팬데믹 직전인 2019년 8월, 수원 광교점을 시작으로 창업한 다복향은 MZ세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마라탕 열풍’ 덕분에 불과 2년 만에 전국에 70개 매장을 내며 대박 성공신화를 썼다.
12평 남짓한 수원 직영점은 월매출 1억원을 올리는 동네맛집으로 자리잡았다. 강원도 동해, 삼척, 강릉에서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는 모두 합해 1년에 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중국 정통의 식문화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다복향만의 마라탕 레시피로 한국인의 입맛도 잡겠다는 박호 대표의 뚝심이 통했다.
◇한국에 상륙한 ‘마라탕’ 열풍…마라탕 브랜드 창업 기회를 잡다
마라탕(痲辣烫)은 중국 쓰촨지역의 샤브샤브에서 기원한 음식으로 혀가 마비될 만큼 얼얼하면서도 진한 국물로 중독성이 강하다. 초피ㆍ팔각ㆍ정향ㆍ회향 따위를 넣고 가열해 향을 낸 기름에 고춧가루와 두반장을 넣고 육수를 부은 다음 야채ㆍ고기ㆍ버섯ㆍ두부ㆍ완자 등을 원하는 대로 넣어 끓이는 중국 탕요리다.
마라탕의 기원이 되는 음식은 쓰촨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마오차이(冒菜)이다. 청두시 사람들은 마오차이를 흔히 '일인용 훠궈'라고 한다. 혼자나 둘이서는 여러 재료를 다양하게 시켜야 하는 훠궈를 먹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다양한 재료를 대나무 채에 한 데 모아 담아 한꺼번에 훠궈 국물에 끓인 다음 1인분씩 그릇에 덜어서 내놓은 것이 마오차이의 유래이다.
중국 동포 출신인 박 대표에게 마라탕은 익숙한 음식이었다. 처음에는 마라탕 향이 너무 강해서 한국 사람들은 먹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라탕이 명동을 중심으로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더니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10-20대 MZ세대들과 30-40대 젊은 엄마들이 주 고객층이었다.
박 대표는 소문난 마라탕 매장들을 순회하며 사전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 만큼 ‘갓성비’와 ‘퀄리티’에 중점을 뒀고, MZ세대들이 많이 몰리는 학원가‧신도시 상권 등에 출점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마오차이처럼 1인분씩 그릇에 내놓되, 마라탕과 마라샹궈에 들어가는 식재료는 32가지를 제공하며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게 했다. 식재료는 매일 새벽 가락시장에서 가져오는데, 제일 좋은 품질을 사용했다.
마라탕 육수는 돼지뼈와 사골분말로 맛을 내는데 매운 맛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고춧가루로, 향은 파와 마늘, 생강, 야채로 냈다. 매운 맛 단계도 4단계로 나눠서 남녀노소 모두가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소스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직접 개발했다. 또 한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중국요리인 꿔바로우와 볶음밥도 곁들일 수 있도록 저렴하게 내놨다. 호불호가 강한 마라탕을 한국에서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게 한 비결이다.
◇창업 2년 만에 전국 매장 70개…월 매출 1억원 매장도 탄생
다복향은 2019년 8월 수원 광교에 15평 규모로 첫 직영매장을 열었는데, 첫날에만 86만원 매출을 올렸다. 이튿날부터 100만원으로 오르더니 두 번째 달에는 월 3500만원을 찍고 신기록을 갱신한 이후 월 8600만원까지 매출을 기록했다.
광교직영점이 승승장구하자 가맹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우선 2호점과 3호점을 직영점으로 신도시가 조성된 수원 정자동과 경기도 의왕시에 출점했다. 직영점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킨 후 본격적으로 가맹점을 확장해나갔다.
2021년까지 45개 매장을 냈는데, 대부분 청년들이 사장(가맹점주)이다. 20대 때부터 외식업으로 성공한 박 대표를 롤모델로 삼은 청년들이 다복향에서 성공 신화를 꿈꾸며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늘어난 가맹점이 지난해 12월까지 70개에 이른다. 가맹점들 월 매출은 평균 4500만원대로 높은 편이다. 박 대표는 가맹점을 청년 사장들에게 내줄 때도 수익보다는 어려운 청년들을 돕는다는 마음이 컸다.
박 대표 역시 20대 청년 시절부터 여러 사업에 도전해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사업가로서 경쟁력을 키워왔다.
박 대표는 중국 연길 교포로 23살이던 2009년 한국에 들어와 중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창업 아이템을 찾았다. 길을 걷다 우연히 호두과자를 맛보게 됐는데, 너무나 맛있어서 호두과자를 중국으로 가져가 팔면 ‘정말 대박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호두과자 노점상에게 믹스공급업자 연락처를 받고 찾아가 호두과자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두 달간을 매일같이 연락해 중국에서 장사하고 싶으니 꼭 알려달라고 읍소했고, 마지막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출국 날짜가 적혀 있는 중국행 티켓을 보여줬다. 그제서야 공급업자는 레시피를 적어 던져줬다. 박 대표는 그 종이를 가슴에 품고 중국으로 가서 호두과자 매장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백화점 한쪽 구석에 테이블 하나 정도가 겨우 들어가는 작은 가게였지만, 입소문이 나자 문전성시였다. 하루 매출은 10만원, 월 매출은 300만원대였는데, 당시 중국에서는 적지 않은 액수였다.
그렇게 해서 매장을 11개까지 늘렸고, 반죽도 직접 만들어서 공급하는 식품회사로 발돋움했다. 호두과자 사업을 2년 여 하다 다시 한국에 들어와 제과사업, 고깃집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지만, 시장 예측이 빗나가는 등 적잖은 실패를 맛봐야 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건설 현장에서 2년여 동안 일하며 이를 악물고 재기를 꿈꿨다. 박 대표가 2018년 ‘마라탕 열풍’을 사업의 기회로 삼은 것도 외식업에서 실패를 경험하며 얻게 된 안목과 혜안 덕분이었다.
◇ ‘K-마라탕’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올 봄 태국 진출
2020년부터 세계를 휩쓸고 간 코로나팬데믹은 성공가도를 달리던 박 대표에게 예기치 않게 찾아온 복병이었다. 극심한 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자 매장에 손님이 뚝 끊겼다. ‘이대로 다시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심이 깊어졌다.
박 대표는 돌파구를 배달로 삼아 정면승부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 매장에서 식재료를 골라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배달에서도 그대로 적용해 메뉴 퀄리티를 보장하고 고객 만족도도 높여야 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배달앱으로 주문할 때 모든 야채 식재료를 하나 하나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엔 이러한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마라탕집이 없었다. 다복향이 최초였다. 그러자 배달앱에서 대박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고객을 위한 맛과 품질을 먼저 생각하는 마인드가 코로나를 거뜬히 이기는 무기가 된 것이다.
이후 다수의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다복향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한 성공 노하우가 소개됐고, '2021 대한민국 중소‧중견기업 혁신대상', 2022년 아주뉴스코퍼레이션 기업대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박 대표는 올해 2023년을 브랜드가 성장할 원년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생산과 영업, 마케팅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지난해 9월 부지 300평에 창고 120평, 생산공장 60평대 규모의 식품 제조 공장도 세웠다.
박 대표는 다복향 마라탕 브랜드로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올해 3월 태국 방콕에 해외 첫 1호점을 낼 예정이다. 태국 외식시장을 본격적인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베트남, 대만, 싱가포르 등 범중화권 국가로 K-마라탕을 알리겠다는 포부다.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는 마라탕은 그야말로 웰빙음식입니다. 한국식 마라탕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싶습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