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미 FOMC 완급 조절…2월 한은 기준금리 '동결' 쏠리나

신병근 기자·박이삭 인턴기자 2023-01-26 06:00:00
미국 금리 상단 4.75% 예상…한국과 1.25%P차 경기둔화·신용위험…연내 추가인하 제한적일듯

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현 3.50%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은 지난 13일 올해 첫 개최한 한은 금통위 직후의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이코노믹데일리] 물가와 임금 안정이 가시화한 미국발 경기 연착륙 기대가 커지면서 1년여 이어진 국내 금리 인상 기조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에서 첫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다음 달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상 속도를 늦추는 데 이어 한국은행도 금리 동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다음 달 1일 열릴 미 연준 FOMC에서 현 4.50%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베이비스텝)해 상단 4.75%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작년 한 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 연준이 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잇달아 밟는 등 통화긴축 스탠스를 유지한 것에서 올해는 그 강도를 줄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다.

이런 관측은 작년 말부터 미국 내 강한 고용시장 환경에서도 소비자물가와 임금 시장에 안정화가 나타나자 가팔랐던 금리 인상 기울기가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에 기인한다. 미 연준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정책 방향을 유지한 것은 대표적 물가 지표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작년 중반까지 치솟았기 때문인데, 하반기 들어서는 10월 7.7%, 11월 7.1%, 12월 6.5% 등 낮아지고 있다.

시장은 향후 미국 물가 상승(인플레이션)률이 최종 기준금리 이하로 둔화한다면 경기 위축에 대응한 연준의 정책 활용, 즉 연내 기준금리 인하 등의 여건도 용이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더욱이 매파 성향의 미 연준 인사들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지지하자 베이비스텝 수준의 변동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실제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준 이사는 최근 "현재 데이터에 근거할 때 앞으로는 난기류가 별로 없어 보인다"며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25bp(1bp=0.01%포인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매파 성향의 월러 위원 등이 이번에 열릴 FOMC에서 베이비스텝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시장 이목은 다음 달 23일 개최할 예정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결에 쏠린다. 앞서 이달 진행한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 0.25%포인트를 올려 현재 3.50%를 적용 중인데, 다음 달 회의에서는 동결할 공산이 크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당국으로서 한은 역시 목표 수준 2%를 상회하는 고물가에도 심각 단계로 접어든 경기 둔화와 신용위험 등을 고려한다면 2월 금통위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부담되는 실정이다. 

직전 금통위에서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6명 위원 중 올해 국내 최종 기준금리를 3.5%로 보는 의견과 3.75%까지 열어두는 견해가 각각 3명씩 나뉘었으나, 2월 금통위만큼은 동결로 의결해 시장 상황을 살펴볼 공산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1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을 제시한 소수(2명) 의견이 제기됐으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는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라는 문구가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시장에서는 작년 내내 이어진 통화긴축·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성지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통위가 작년 말 명시했던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라는 문구가 직전 금통위에서는 '긴축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로 수정돼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변화됐음을 시사한다"며 "이 총재는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국내 경제의 역성장 가능성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경기·부동산 시장 둔화를 감안해 추가 인상에는 신중하되,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 필요성을 제기해 섣부른 금리인하 기대를 차단하려는 중립적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도 덧붙였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도 "국내 금리는 경기 및 물가 둔화에 따른 연내 인하 기대 등으로 하방압력이 작용하겠으나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역전에 따른 가격 부담 등을 감안해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