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국제유가도, 정제마진도 오른다…정유업계 "이젠 반등 시간"

백승룡 기자 2021-09-29 16:06:30
브렌트유·WTI, 40여일 새 20% 넘게 상승…골드만삭스 "연말 90달러" 정유업계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 2년여 만에 배럴당 6달러 진입

[사진=SK이노베이션]

[데일리동방] 정유업계가 본격적인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정유업계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2년 만에 배럴당 6달러 선에 진입한 데 이어 국제유가도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다. 내년 석유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 유가 치솟아도 정제마진 상승세…상반기와 다른 모습

28일(현지 시간)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북해산 기준유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한 뒤 전 거래일보다 0.44달러 하락한 79.0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0일 기준 배럴당 65달러 수준이었던 브렌트유는 40여 일 사이 20% 넘게 올랐다. 이날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말 9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서브텍사스산원유(WTI)도 같은기간 배럴당 62달러에서 75달러로 올라 상승 폭은 20%를 웃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는 수급불균형에서 기인한다.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난 반면, 미국에선 허리케인 '아이다' 여파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골드만삭스는 "아이다가 미국의 원유 공급에 타격을 줬는데 이는 OPEC+의 증산 영향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이라며 "코로나 델타 변이의 영향이 줄면서 아시아 지역의 원유 수요도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도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을 누리며 적자를 면했다. 다만 상반기에는 원유가격만 올랐을 뿐, 실제 석유제품 수요는 회복되지 않아 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을 맴돌았다. 최근엔 석유제품 수요까지 뒷받침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6달러를 기록, 지난 2019년 10월 첫째 주(6.4달러)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실질적인 업황 회복 국면"…높아지는 정유업계 실적 기대감
 

[배럴당 10달러 이상의 마진을 누렸던 경유·등유·항공유 등은 올 상반기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마진은 5달러 내외를 맴돌았다. 최근 경유·등유 마진은 배럴당 7달러대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자료=대신증권)]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석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데,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제품 마진은 줄어든다. 올해 상반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WTI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올 초 배럴당 48달러에서 6월 말 73달러까지 올랐지만,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2달러대를 맴돌았다. 통상 배럴당 4달러 내외로 보는 손익분기점을 한참 밑돈 것으로, 실질적인 수요가 회복되지 못한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에도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있어, 실질적인 수요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경유 마진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수송용 연료이자 주요 산업용 연료이기도 한 경유는 지난 8월 평균 마진이 배럴당 4달러에 그쳤지만, 최근 7.3달러 수준으로 회복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제마진 개선은 단순히 유가 변동으로 인한 것이 아닌, 실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업황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항공유가 여전히 부진한 것을 고려하면 향후 항공유 수요 회복 시 정제마진의 추가적인 상승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659억원, S-OIL은 4727억원으로 2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의 정제마진 상승세가 반영될 4분기에는 정유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함께 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고 관련 이익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에 이어 경유·등유 등으로 수요가 회복되는 흐름을 보인다"며 "최근 친환경 담론이 부각하고 있지만, 석유 기반 산업구조에서 전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에 당분간은 오히려 보복 소비가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