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진화하는 정유사]② "올핸 올레핀 원년"…정유 vs 석유화학 경쟁 본격화

백승룡 기자 2021-08-11 16:04:41
GS칼텍스, 내달 MFC 상업 가동…'방향족' 넘어 '올레핀' 사업 본격화 현대오일뱅크는 11월 HPC 가동…정유 4사 모두 올레핀 분야 갖춰 석유화학사들과 기초소재 경쟁 불가피…'고객'에서 '경쟁사'로 전환

[석유화학 생산시설.(사진=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올해는 정유 4사 모두 석유화학 올레핀 사업에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종합화학을 거느린 SK이노베이션,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을 지난 2018년부터 상업 가동한 에쓰오일(S-OIL) 외에도 GS칼텍스(MFC)와 현대오일뱅크(HPC)도 올 하반기 올레핀 생산시설 상업 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정유업을 넘어 석유화학·윤활유로 비(非)정유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온 노력이 올해부턴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이르면 내달부터 여수 2공장 내 MFC(올레핀 생산시설) 상업 가동에 나선다. 올 상반기 MFC 건설을 마친 GS칼텍스는 지난 6월부터 시험가동에 나서며 일부 공정에서 나타나는 초기 오류들을 잡고 있다. MFC를 상업 가동하면 GS칼텍스는 연간 에틸렌 75만톤(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한다.

현대오일뱅크도 올레핀 생산시설인 HPC(석유화학분해시설)를 오는 11월부터 상업 가동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과 설립한 합작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HPC에 투자한 현대오일뱅크는 상업 가동 후 연간 폴리에틸렌 85만t, 폴리프로필렌 50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HPC 공장은 예정대로 11월부터 상업 가동한다"며 "2020년 시황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했을 때 연간 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올레핀은 방향족(아로마틱)과 함께 석유화학 기초 원료다. 그간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등 방향족 위주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던 정유업계는 올레핀 계열로 사업을 확대해 석유화학 업체들과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올레핀의 대표제품인 에틸렌은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다양한 산업의 기반 원료로 쓰인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LG화학(330만t) △롯데케미칼(233만t) △여천NCC(230만t) △한화토탈(153만t) △대한유화(80만t) △SK종합화학(67만t) 순이었다. 현대오일뱅크(85만t)와 GS칼텍스(75만t)의 올레핀 생산시설이 연내 상업 가동을 하면, 석유화학 업체들 사이에서도 각각 5위, 7위에 해당하는 생산 규모를 확보하게 된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프로젝트 1단계를 통해 프로필렌옥사이드·폴리프로필렌 등 올레핀 계열에 지난 2018년 진출했다. 현재 검토 중인 석유화학 프로젝트 2단계(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에틸렌 생산량을 18만7000t에서 180만t(2026년)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이 중동 등 지정학적 이슈와 국제유가, 환율 등 외생변수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심해지다 보니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해 비정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며 "올레핀 계열 진출을 통해 그간 고객사였던 석유화학업체들과 기초소재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