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주관하는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는 오는 16일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지를 밝히면서 투자설명서(IM)을 수령해 간 기업들만 해도 카카오를 비롯해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KKR, 칼라일, MBK파트너스 등 대형 사모펀드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와 매각 주관사 측은 예비입찰을 거쳐 숏리스트(적격 인수후보)를 추릴 예정이다.
시장 안팎에서 추정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금액은 4~5조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둔 쿠팡의 기업가치가 최대 57조원까지 전망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쿠팡과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13조4000억원, 1조3000억원으로 실제 10배 가량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커머스업계 핵심지표로 꼽히는 거래액 기준으로 보면 격차는 크게 좁혀진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은 161조1000억원으로 △네이버쇼핑(27조원, 16.8%) △쿠팡(22조원, 13.7%) △이베이코리아(20조원, 12.4%) 등 순이다.
특히 이커머스업계가 네이버·쿠팡 양강구도로 판이 굳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후발주자로서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시장 선두주자로 도약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네이버와 쿠팡이 큰 수혜를 입은 반면 나머지 업체들은 사실 변화의 폭이 미미했다"면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이 시장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단숨에 선두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 3사가 모두 이베이코리아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로 군림했던 이들 업체는 온라인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쇼핑 트렌드에 비교적 대응이 늦으면서 네이버와 쿠팡 등에 주도권을 뺏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통업태 매출액 가운데 온라인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46.5%로 절반에 육박했다. 유통업계 중에서도 SSG닷컴을 앞세워 온·오프라인 연계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이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는 선물하기·톡스토어·메이커스 등으로 커머스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추세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가졌지만 이커머스 후발주자라는 열세로 인해 '라이벌' 네이버쇼핑의 승승장구를 바라만 봐야 했다. 카카오는 선물하기·톡스토어·메이커스 등의 성장세에 힘입어 거래액이 최근 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20조원)까지 품게 되면 단숨에 네이버쇼핑(27조원)과 맞먹는 수준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게 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작년말 현재 보유 순현금은 약 3조원이며, 자사주 2.8%(시가 1조2000억원)를 포함시 4조2000억원으로 최대 5조원으로 시장에서 추정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 플랫폼 우위 측면에서 인수시 네이버 및 쿠팡에게 있어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카카오의 인수전 참여는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구도 굳히기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라며 “카카오의 경우 이베이코리아 인수시 연간 거래액은 25조원 규모로 단숨에 쿠팡을 소폭 상회하여 네이버와 맞먹는 수준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인수 가능성이 높은 후보 중 하나다. 홈플러스를 거느리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도 이베이코리아가 필요한 상황이다. 홈플러스도 지난달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밝힌 바 있다. MBK파트너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오픈마켓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면 홈플러스의 오프라인 물류망과 연계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미래는 결국 이커머스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면서 "각 업체들이 이커머스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생각보다 네이버와 쿠팡의 장벽이 높다는 것을 느끼면서 3위 업체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할지에 시장 판도가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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