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이커머스 대지각변동] ② 승부수 띄우는 쿠팡, 출구 찾는 이베이

백승룡 기자 2021-01-19 11:26:28
쿠팡, 나스닥 상장 앞두고 공격적 사업확장…멤버십 '락인' 강화 점유율 70% 웃돌던 이베이코리아…경쟁에 치여 결국 '매각' 수순

[사진=쿠팡 제공]

지난 2018년 100조원을 넘어선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기준 160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도 더욱 가속화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온라인유통 매출액은 전체 유통업태 매출액 가운데 49.3%를 차지해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잠식하고 있다.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선두를 다투던 쿠팡과 이베이코리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쿠팡과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가 13%씩 차지했다. 그러나 쿠팡이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거듭하는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며 G마켓·옥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 나스닥 상장 앞둔 쿠팡…로켓배송·배달앱·OTT·택배 등 '쿠팡 유니버스' 본격화

쿠팡은 지난해 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출범한 데 이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을 승인받는 등 새해 벽두부터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론칭한 배달앱 '쿠팡이츠'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대전·울산 등 일부 광역시에 머물렀던 서비스지역을 이달부터는 대구·광주시로 확대한다. 이르면 올 상반기 중 경상도·충청도·강원도·전라도·제주도 등 전국을 커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쿠팡이 진출하는 사업마다 차별화를 추구해 고객층의 충성도롤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로켓배송으로 '신세계'를 경험하고 로켓와우에 가입한 유료회원은 5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주문 1배달' 전략을 내세운 쿠팡이츠는 서비스지역이 전국을 커버하지도 못한 상태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점유율 10%에 달하며 배민, 요기요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출시한 쿠팡플레이도 와우멤버십과 연계한 무료 혜택을 기반으로 3주 만에 설치자수 80만명을 돌파했다.

쿠팡플레이(OTT)를 비롯해 쿠팡라이브(라이브커머스), 쿠친(택배서비스) 등 신규 사업들도 쿠팡의 멤버십 세계관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업체인 아마존이 미국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이후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를 출시해 아마존 생태계를 넓힌 행보와 닮았다.

특히 쿠팡이 자진 반납했던 택배 운송사업을 최근 다시 취득하면서 3자 물류사업(3PL)에 진출한 것에서도 아마존의 풀필먼트 사업이 오버랩된다. 쿠팡은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를 통해 우선적으로 로켓배송 물량을 소화한 뒤 장기적으로는 다른 온라인쇼핑의 물량까지 소화하는 3자 물류사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주문 이후 선별, 포장, 배송 등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리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을 물류센터에 보관, 주문이 들어오면 이를 포장·배송해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아마존도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을 통해 수익구조를 정착시킨 바 있다.

다만 쿠팡에게 있어 '옥에 티'는 적자 재무구조다. 지난해 매출액이 1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급격한 외형성장에도 불구, 매년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쌓인 누적 적자는 3조7210에 달한다. 쿠팡의 '버팀목'이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도 투자손실액이 커 추가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쿠팡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조달을 추진하려는 배경이다.

쿠팡은 'IPO와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쿠팡이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선 것 또한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초 "쿠팡의 나스닥 상장이 이르면 올해 2분기쯤 이뤄질 것"이라면서 "기업가치가 300억달러(약 32조원)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보수적 투자기조에 성장 정체된 이베이코리아…매각 착수

반면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선두경쟁을 펼치던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옥션 매각작업에 돌입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200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 등을 앞세워 한 때 시장점유율 70%를 웃돌기도 했다. 그러나 쿠팡·티몬 등 경쟁업체가 치고 올라서면서 2010년대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사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오히려 수익성에 집중하느라 보수적인 투자기조를 유지한 것이 성장 측면에서는 독이 됐다. 쿠팡과 티몬 등이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등 적자 속에서도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사이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세는 정체됐던 것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매출액은 2019년 기준 1조954억원을 기록해 2016년 8633억원, 2017년 9518억원, 2018년 9811억원 대비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615억원에 그쳐 2016년(669억원)이나 2017년(623억원)에 비해서도 감소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이커머스업계가 급성장세에 들어선 것에 비해 이베이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는 매각수순에 이르렀지만 인수업체에 따라 G마켓과 옥션이 시너지를 창출하며 새롭게 도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 대기업이 인수에 나설 경우 만들어질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자금력을 앞세운 사모펀드(PEF) 등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 대기업과 사모펀드 간 연합 형태로 인수전이 전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쿠팡 등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되고 있어 이베이코리아의 입지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반으로 피인수 후 사업적 시너지 혹은 재무적 투자에 따라 재도약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사진=이베이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