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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이어준 노사정대화…결실 맺을까

주진 선임기자 2020-05-20 23:38:31
"해고중단" vs "기업살리기" '코로나 극복' 대화 첫날부터 입장차

[사진=총리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첫 발을 내딛었지만, 노동계는 해고 중단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경영계는 고통분담을 통한 기업 살리기를 강조하며 입장차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하에 20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 첫 본회의에서 노동계는 해고 중단과 노동자 보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반면 경영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며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위기 국면에서 고용 유지는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노동계가 임금 인상 요구 자제 등 반대급부를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회의는 오후 2시20분에 시작해,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노동계에서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경영계에서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정부 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했다.

정 총리가 중심이 된 이번 사회적 대화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노사정위원회 출범 이후 22년 만에 열린 것으로, 문재인정부의 공식적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밖에서 진행된다. 그동안 이 기구에 불참해온 민주노총이 지난달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경사노위 밖에서 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쟁과 이윤 중심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서민·중소기업들이 경제의 주역으로 존중받으면서 성장과 복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함께 잘사는 지속가능한 한국 사회를 만들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경제위기를 관통할 때마다 불평등이 심화됐다. 위기로 인한 피해가 우리 사회 가장 약한 고리인 플랫폼노동,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들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사회적 백신은 해고 없는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는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인프라 확대"라고 강조했다.

 

[사진=총리실]

반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는 기업 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지키기"라며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지속적으로 확대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노사도 임금과 고용간 대타협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과 고용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이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우리의 노동 관련 제도와 관행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이번 위기 극복에 있어 일방의 양보나 희생이 아닌 상호 간 협력과 고통분담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 안전망을 통해 실직자들을 보호해줘야 하고, 기업들의 부도를 막는 보호 조치도 정부에서 획기적으로 만들어 주셔야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총리는 "노사정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각자의 입장만 고집한다면 작은 결실도 거둘 수 없을 것"이라며 "각자의 입장에 서서 다름을 인정하고 때로는 절제와 인내의 미덕을 발휘해주십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날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지만, 이번 사회적 대화는 과거와 비교하면 합의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노사정 주체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확산 중인 고용 충격이 국내 경제 문제보다는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인 만큼,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데도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세균 총리는 "심각한 일자리 상황 앞에서 지체하거나 주저할 수 없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뜻을 모은다는 목표 아래 비상한 각오를 갖고 논의에 임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과 2009년 위기 때 한 달 정도 집중 논의해 합의를 도출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최소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하자"고 화답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안을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 논의를 시작하는 6월29일 전까지는 합의를 이루자는 뜻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공식적인 실무협의를 위한 기구 구성과 운영 등에 합의했다. 논의 기간의 시한은 따로 정하지 않고 이른 시일 안에 합의를 끌어내기로 했다고 국무총리실은 밝혔다. 의제 선정 등에 대한 첫 실무협의는 22일 열린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라는 비상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번 노사정 대화의 결실이 발판이 돼 앞으로 모든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진=총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