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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위기 극복 위해선 노사정 대타협이 답

주진 선임기자 2020-05-01 17:03:23
문재인 대통령 "노동자, 연대·협력 중심돼야"…노사정 대화 참여 우회 촉구 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경제위기 극복에 노사정 지혜모을 때"

[사진=현대중공업노조 제공]


[데일리동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그림자가 한국경제에 드리워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멈춰서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369억 2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24.3%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9억 5000만 달러로,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에 의존해온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산업부는 "4월 수출이 코로나19 본격화로 미국과 EU 등 주요 시장의 수입수요가 급감하고,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된 데다 유가 급락 등이 더해져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기업의 줄도산, 실업률 상승, 자영업자 폐업, 가계경제 위기 등 실물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경제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경제활력과 고용안전망 재편 등을 위해 기업과 노조, 정부가 다소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일자리 지키기’가 당면 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기업의 부담을 덜면서 고용을 유지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노동시장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취약계층을 위한 고용안전망 틀을 새로 짜는 거시적인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청와대]


◇한국경제 엄중한 시기, 노사정 대타협 절실...문 대통령 즉각 리더십 발휘해야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 정부·경제단체·노동계가 한자리에 모여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합의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노·사·정이 다시 머리를 맞댔다. 2020년 코로나 사태는 두 차례 경제 위기 파고보다 더 거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생태계를 혁신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가 V자 또는 U자 반등을 하느냐, 아니면 L자 침체를 이어가느냐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한국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서로 고통을 나누는 협력 정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즉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의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전국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불참으로 공전을 거듭해왔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위기 대책 등을 논의할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틀 밖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경사노위 밖에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할 특위를 설치하자고 한 데 이어 노사정을 넘어선 포괄적 대화의 장을 만들자고 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30주년 노동절인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19로 우리는 상생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돌아보았다"면서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이며, 주류로서 모든 삶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언급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양대 노총의 이견으로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을 짚으면서 연대·협력을 통한 위기 극복에 동참할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재단사가 치수에 맞게 옷감을 자르듯 노동의 힘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에 있다"면서 "연대와 협력으로 우월한 힘에 맞서 삶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것은 노동자의 숙명"이라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도 노동자, 기업과 함께 혼신을 다해 일자리를 지키겠다"며 "우리 경제가 상생으로 활력을 찾고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노동비용 상승 부담에 기업들이 고용을 외면하고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며 정책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만약 내년도 최저임금이 높게 오른다면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매출 부진에다 인건비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 사태 이후 경영 회복을 하려면 주 52시간보다 많은 근로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탄력근로제 입법 등이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사태 이후 노사 간 갈등이 표면 위로 다시 떠오를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사진=인터넷]


◇양대 노총, “모든 종류 해고 금지·사회안전망 전면 확대해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 고용 유지를 위한 해고 금지, 고용·사회안전망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노총은 1일 더불어민주당과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열고, 코로나19 경제 위기 속 고용안정과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과 한국노총은 '제130주년 세계노동절 기념 5·1 공동선언'을 통해 "과거 경제 위기 국면에서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했던 방식으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위기를 올바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위기에 대응해 해고남용 금지 및 총고용 보장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하고 실천한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제도 도입,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와 5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1년 미만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노동자의 임금·노동조건 보호 등 '5·1 플랜'을 내걸었다.

이어 "21대 총선에서 맺은 공동협약상 '21대 국회 노동부문 5대 비전·20대 공동약속' 실천을 위해 모든 분야에서 상호 연대하고 협력을 강화한다"며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의 성과적 활동을 위해 상호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한국노총은 협의회에서 긴급 정부지원 수혜기업의 해고 금지를 의무화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고용보장 및 해고제한 조치를 위한 입법에 힘쓰기로 약속했다.

18세 이상 65세 미만의 중위소득 하위 60%를 대상으로 한 소득보장제도와 직업상담·훈련 등 취업지원 프로그램, 취업촉진급여 등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을 위해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도 우선 입법과제로 거론했다.

특수고용·예술인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 보장성 강화, 중소기업기금형제도 등 취약계층 퇴직급여보장제도 개선, 취약계층노동자의 임금·노동조건 보호대책 마련 등을 위한 입법도 논의했다.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은 21대 국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준비위원회를 통해 구성을 추진키로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제부터가 노동의 시간"이라며 "총선 승리 위에서 새로운 사회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척도이기도 하고, '포스트(POST)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닥쳐올 험난한 파고의 새 지평 위에서 형성되는 시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안정 및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를 당면 과제로 꼽고 "경제 위기라는 큰 산을 어떻게 넘을지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국민은 지속가능한 한국 사회를 위해 근본적인 사회 대개조를 요구한다. 그 시작이 지난 4·15 총선의 준엄한 결과였다"며 "국가권력, 경제권력과 동등한 위치에 선 노동으로의 대전환이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한국사회의 경제주체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또한 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에 앞장서 사회적 책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이날 노동절 기념일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 상황 장기화로 일용직·특수고용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이 더욱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다며 "모든 종류의 해고 금지와 취약계층에 대한 생계소득 보장, 사회안전망 전면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용보험법, 제도를 전면적으로 제·개정할 것을 촉구하며 입법화 전까지 한시적인 실업 기금을 조성하도록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며 "민주노총 또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