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ESG 등급은 지난 2011년 ‘A+’에서 2015년 ‘B이하’를 기록했다. 2014년 한전부지 매입 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후 점차 회복되면서 지난해는 ‘B+’로 올라섰다.
세부적으로 보면 E(환경)와 S(사회)는 각각 ‘A’를 기록했지만 G(지배구조) 부문은 ‘B’에 그쳤다. 2018년 그룹 지배구조 개편(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합병) 무산은 불투명한 경영, 반 주주 친화정책임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주주 친화정책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사회 구성원 수를 기존 9인에서 11인으로 늘렸다. 주주권익 확대와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도도 도입했다.
미흡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 제도가 없다. 현대글로비스가 그룹 최초이자 유일하게 서면투표제를 도입했으며 현대비엔지스틸, 현대차투자증권과 함께 전자투표제도를 운영중이다.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개편 핵심이자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할 수 있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집중투표제는 그 실효성에 대해 업계에서도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과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에 요구한 제도이기도 한만큼 꺼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자투표제와 서면투표제 도입 가능성은 있지만 그 시기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정몽구 회장이 대표이사와 의장을 겸직하는 이유는 책임경영 실천 목적이다. 그러나 이사회가 기업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독립성 확보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총수 일가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 내부거래 등 사익 편취 등 견제가 어려워진다. 현대차는 이 같은 문제를 전원 사외이사(4명)로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 설치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보수위원회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대차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56.09%)로 총수 일가와 연관성이 높은 만큼 보수위원회 설치를 통한 감시가 필요하다.
그간 현대차그룹을 공격했던 미국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분을 털고 떠나면서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에 이어 지난달 2일 현대모비스가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를 도입하는 등 ‘주주 친화’를 강조하면서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대차 G 부문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실질적으로 이사회 등 지배구조가 여전히 투명하지 않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2017~2019년 현대차 지배구조 부문 평가는 섹터 평균을 밑돌았다. E와 S가 섹터 평균을 크게 상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주주 친화정책도 좋지만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진정한 주주 친화는 이사회 역할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등은 표면적 행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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