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 시한이 임박하면서 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경쟁국 일본에 비해 현저히 불리한 협상 조건 속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번 관세 협상의 성패에 따라 한국 제조업의 명운은 물론 0%대 저성장에 갇힌 경제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현재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그야말로 분초를 다투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잇달아 만나며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 차례 연기됐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간의 핵심 협의도 이번 주 다시 열린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건을 강조해 온 ‘조선 산업 협력’ 카드를 핵심 지렛대로 삼는 한편 미국이 요구해온 농산물 시장 개방 의사까지 내비치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을 둘러싼 환경은 우리에게 극도로 불리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쟁국 일본이 만들어 놓은 선례다. 일본은 무려 5500억 달러(약 760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반면 우리 측이 준비한 투자 카드는 100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일본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25일 예정됐던 한미 재무수장 간 협의가 돌연 연기된 것을 두고 미국이 투자 규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나라도 일본처럼 돈 내고 관세 낮출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시간 역시 우리 편이 아니다. 미국은 27일 유럽연합, 28~29일 중국과 연달아 무역 회담을 앞두고 있어 실질적으로 우리와 대면 협상이 가능한 날은 30일과 31일, 단 이틀뿐이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타결을 서두르기보다 당분간 관세 충격을 감수하더라도 농축산물 등 민감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만약 25% 상호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내상을 입게 된다. 그 전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수입차에 25% 품목 관세가 부과되자 기아와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4.1%, 15.8% 급감했다. 앞으로 일본차보다 10%포인트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면 한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은 현지 생산 조정 등으로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중견 부품 협력업체들은 줄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관세가 그대로 강행될 경우 향후 경제가 안정되더라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4% 영구적으로 감소하는 ‘회복 불가능한 구조적 손실’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의 관세 인하 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로 실제 GDP 손실은 더 클 수 있다. 한국은행 역시 관세율이 25%로 확정되면 올해 0.8%로 전망했던 성장률이 0%에 가깝게 추락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 경제의 운명이 갈릴 수 있음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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