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 밀집 사고를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기존 기술보다 예측 정확도를 최대 76% 이상 높여, 대형 행사나 도심 밀집 지역의 안전 관리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전산학부 이재길 교수 연구팀이 군중 밀집 상황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AI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데이터마이닝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대회인 ‘KDD 2025’에서 지난 8월 발표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기존의 군중 밀집 예측 기술은 대부분 특정 지역에 ‘몇 명이 모여있는지’라는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같은 인원이라도 어디서 유입되고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에 따라 위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정 지역의 인구수(정점 정보)와 지역 간 인구의 흐름(간선 정보)을 동시에 분석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특정 골목 A의 밀집도가 현재는 낮더라도 인근 지역 B에서 A 방향으로 거대한 인파가 몰려오는 흐름을 함께 파악하면 곧 A 지역이 위험해질 수 있음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두 가지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학습하는 ‘바이모달 학습(bi-modal learning)’ 방식을 개발했다. 여기에 공간 정보와 시간 정보를 함께 학습하는 ‘3차원 대조 학습(3D contrastive learning)’ 기법을 도입해 AI가 단순히 인구 증감 여부를 넘어 시간에 따른 밀집 패턴과 방향성까지 입체적으로 파악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서울, 부산, 뉴욕 등의 실제 교통 데이터와 코로나19 확진자 데이터 등을 활용해 AI 모델을 검증한 결과 기존 최신 기술 대비 예측 정확도가 최대 76.1% 더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입증했다.
이재길 교수는 “사회적 파급력을 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며 “이번 기술이 대형 행사 인파 관리, 도심 교통 혼잡 완화, 감염병 확산 억제 등 일상 속 안전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비극적인 사회 재난을 막기 위해 과학기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다. 향후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소방 등 재난 관리 기관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적용될 경우 보다 과학적이고 선제적인 안전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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