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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창사 이래 최대 위기…'위약금 면제' 폭탄에 9조 손실 공포

선재관 기자 2025-07-04 15:21:10

정부, '명백한 귀책사유' 결론… 2696만 가입자 해지 길 열려

과징금·보상금에 가입자 이탈 '삼중고'… 1위 통신사 지위 '흔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SKT 매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1위 통신사 SK텔레콤이 1984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70여일간 진행된 정부의 해킹 사고 조사 결과 SK텔레콤의 명백한 과실이 인정되면서 전례 없는 ‘해지 위약금 면제’라는 철퇴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작된 가입자 이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란 공포 속에 향후 과징금과 보상금까지 더해 최대 9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은 4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사태의 원인이 SK텔레콤의 총체적 보안 부실에 있다고 못 박았다. 조사단에 따르면 4만2605대의 서버를 정밀 분석한 결과 33종의 악성코드가 발견됐으며 이를 통해 2696만건(IMSI 기준)에 달하는 유심 정보가 유출됐다.

특히 일부 서버에서는 개인정보와 통화기록이 암호화되지 않은 평문 상태로 저장돼 있었고 유심 복제에 악용될 수 있는 핵심 인증키(Ki) 값 역시 암호화 조치가 누락되는 등 기본적인 보안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SK텔레콤이 이미 2022년 2월, 악성코드 감염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묵살했다는 점이다. 당시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졌다면 대규모 유출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이러한 계정 관리 부실, 과거 침해사고 대응 미흡, 중요 정보 암호화 조치 미흡 등을 종합해 ‘회사의 명백한 귀책사유’로 결론 내리고 계약상 주된 의무인 안전한 통신서비스 제공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파를 던졌다.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 이용약관상 위약금을 면제해야 하는 회사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공식 발표하자 회사 내부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SK텔레콤의 한 직원은 “과거 경쟁사 해킹 사태에도 없었던 위약금 면제 조치로 1위 사업자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6월까지 이미 6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경쟁사로 이탈한 상황에서 위약금이라는 족쇄가 풀리면서 가입자 유출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손실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위약금 면제 시 최대 500만 명의 가입자가 이탈하고 이 경우 3년간 최대 7조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 SK텔레콤 전체 영업이익의 4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가입자 1인당 2만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보상금(약 5000억원)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예고한 ‘역대 최고 수준’의 과징금(최대 5400억원)까지 더하면 최악의 경우 총 손실액은 9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22일부터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위기는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보조금 지급 제한이 풀리면서 경쟁사들이 위약금 부담이 없어진 SK텔레콤 가입자를 겨냥해 대대적인 판촉 활동에 나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SK텔레콤은 가입자 방어를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쏟아부어야 하는 ‘삼중고’에 처하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에 7월까지 재발방지 대책 이행계획을 제출하라고 명령했으며 향후 정보보호 체계 전반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번 무너진 신뢰와 막대한 재무적 타격은 SK텔레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기간망을 책임지는 통신 산업 전반에 정보보호가 더 이상 비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알리는 강력한 경고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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