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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 국가 AI 컴퓨팅 센터 사업자 공모, '수익성'에 발목 잡히나…기업 참여 외면

선재관 기자 2025-05-30 08:20:49

국가 AI 컴퓨팅 센터 사업자 공모 마감 D-데이

'이러다 유찰?' AI 컴퓨팅 센터 주인 찾기 '첩첩산중'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설명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설명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2027년 개소를 목표로 최대 2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자 선정을 위한 민간 특수목적법인(SPC) 공모가 30일 마감된다. 그러나 부족한 AI 컴퓨팅 자원 확충이라는 국가적 과제에도 불구하고 업계 반응은 예상보다 미지근하다. 

삼성SDS 컨소시엄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다른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수익성 및 사업 구조에 대한 우려로 막판까지 참여를 고심하거나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흥행 부진과 함께 유찰 가능성마저 제기된다.이번 사업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해 SPC를 설립, 비수도권에 1엑사플롭스(EF) 이상, GPU 3만장 이상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공이 지분 51%를, 민간이 49%를 갖는 구조로 사업을 설계하고 저리 정책금융 대출 지원, 공공 GPU 수요 집중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의향서를 제출한 100여곳의 기업 중 실제 본 사업 신청서를 낼 곳은 손에 꼽힐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이 국가 AI 컴퓨팅 센터 참여에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수익성 때문이다. 정부가 과반 지분으로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민간 참여사의 수익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SPC 구조가 민간 기업에 너무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며 "정부는 지분 51%를 갖고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도 사업 운영과 수익 구조는 민간이 책임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주도 사업인 만큼 스타트업이나 연구기관에 GPU를 저렴하게 공급하라고 할 텐데 민간 참여사는 기본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업계에선 자선사업 하라는 거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정부가 원할 때 공공 지분을 사업자가 반환해야 하는 매수청구권(바이백) 조항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추후 SPC 청산 시 공공투자 지분에 이자까지 얹어 민간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 모든 손실을 민간이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 1EF 규모의 GPU 수요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현재 가동 중인 AI 데이터센터들의 가동률도 저조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며 최신 GPU를 사용할 기업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삼성SDS는 네이버클라우드, 삼성전자, AI 소프트웨어 업체 엘리스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삼성SDS는 지난해 말 기준 6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안정태 삼성SD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정부가 진행하는 AI 데이터센터 사업 수주에도 직접 참여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공공 AI 사업 참여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바 있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 역시 국가 AI 컴퓨팅센터 사업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통신 3사를 비롯한 다른 대기업들은 주저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최근 대규모 해킹 사태로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해 참여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의사결정이 지연되다 최근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검토를 중단했다. NHN클라우드와 가비아는 이미 불참을 결정했으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참여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SKT와 KT는 각각 AWS,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계약 관계에 따라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약정 물량이 있는 상황"이라며 "원래는 약정 물량 일부를 국가AI컴퓨팅센터 SPC에 넣어 활용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정부에서 GPU 1만 장을 들여올 것이란 계획이 생기면서 GPU가 남을 수도 있는 상황이 생겨 참여하기가 다소 애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 CNS 역시 컨소시엄 구성이 여의치 않아 미온적인 반응이다.

과기정통부는 신청 사업자를 심사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이르면 8월 말 최종 사업자를 확정해 10월 SPC 설립 협약을 체결, 11월부터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러나 삼성SDS 컨소시엄만 단독 입찰할 경우 유찰 후 재공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로는 유찰 가능성도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차라리 유찰돼 사업이 재공고되면 그때를 노려보겠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재공고 시 정부가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수익성 보장 등 좀 더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국가 AI 경쟁력 강화의 핵심 인프라가 될 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이 첫 단추부터 삐걱거리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한 정책 조율과 기업들의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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