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최근 넥슨게임즈가 핵심 개발진 출신 신생 게임사를 ‘미공개 프로젝트 유출’ 혐의로 수사 의뢰하며 게임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 게임 IP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업계 전반의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넥슨이 과거 ‘다크앤다커’ IP 소송전을 통해 보여준 강경 대응 기조와 맞물려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디나미스 원이 2024년 공개한 '프로젝트KV' 콘셉트 이미지
사건의 발단은 넥슨의 인기 게임 ‘블루 아카이브’ 핵심 개발진들이 독립해 설립한 디나미스원이 넥슨의 미공개 프로젝트 개발 자료를 유출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디나미스원 사옥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사가 넥슨이 수년간 공들여 개발해 온 미공개 프로젝트의 핵심 자산이 유출됐다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단호하게 법적 대응에 나선 결과로 보고 있다.
디나미스원은 지난해 9월 공개한 신작 ‘프로젝트 KV’가 ‘블루 아카이브’와 유사하다는 표절 논란에 휩싸이며 개발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프로젝트 KV’ 표절 논란이 이번 미공개 프로젝트 유출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결국 ‘프로젝트 KV’의 유사성 논란은 넥슨 내부적으로 IP 유출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았고 이번 수사 의뢰로 이어진 것이라는 추측이다.
넥슨의 이번 강경 대응은 과거 아이언메이스와의 ‘다크앤다커’ 저작권 분쟁과 궤를 같이 한다. 넥슨은 ‘다크앤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 역시 자사의 미출시 게임 개발 자료를 무단 활용했다며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아이언메이스에 85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넥슨은 항소 의사를 밝히며 IP 침해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넥슨의 잇따른 강경 대응을 “IP 보호를 넘어 게임 개발 생태계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한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넥슨의 단호한 대처는 인력 이동이 잦은 게임 업계에 IP 유출 및 침해 문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특히 스타 개발자 중심의 개발 환경에서 IP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이번 사태가 넥슨에게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소송 장기화 및 수사 결과에 따라 기업 이미지 타격, 개발 동력 저하 등 부정적인 결과도 배제할 수 없다. 디나미스원 역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기업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으며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넥슨-디나미스원 사태는 게임 업계의 인력 관리 방식과 IP 보호 시스템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개발 인력의 이동은 불가피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IP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과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두 회사 간의 법적 분쟁을 넘어 게임 업계 전체의 IP 보호 시스템과 개발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중소 개발사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IP 관리 및 기술 유출 방지에 더욱 힘쓰고 개발 인력들은 이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윤리적 문제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