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쇄신 카드를 꺼내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이다.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대비하고 신사업 등 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진행한 '2025년 신용등급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업종 중 하나로 '건설'을 뽑았다.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봤기 때문에다. 안정적 먹거리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축소됐다. 정부는 내년 SOC예산을 25조4344억원으로 책정했는데 올해 대비 1조 원 줄어든 규모다.
건설사들이 고금리 기조와 함께 원자잿값 상승의 주요 원인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탄핵정국까지 이어지면서 매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내년에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내게 될 형국에 놓였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불황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에 닥칠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정기 인사를 통한 조직 개편이 눈에 띈다. 건설사들은 올해 정기 인사에서 조직을 슬림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건설경기 침체와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첩하고 탄력적인 조직 쇄신을 통해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장기화하는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해 위기에 대응하면서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존 102개의 그룹과 담당으로 이뤄진 기존 6개 사업본부를 3개 사업본부 체계로 줄였다. '본부-그룹-담당'의 수직적 임원 조직 계층도 '본부-부문' 또는 '실-부문'의 2단계로 축소했다.
임원 직위 체계도 기존 ‘사장-부사장-전무-상무’ 4단계에서 전무와 부사장을 통합해 ‘사장-부사장-상무’ 3단계로 줄였다. 또 수평 조직 문화를 위해 직원 간에 적용한 ‘님’이라는 호칭을 임원·직책자에게도 확대 적용했다.
대우건설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한 '위기 대응'과 '책임 경영' 강화에 중점을 두고 조직 개편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대우건설은 조직 슬림화와 세대교체를 통해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기존 7본부 3단 4실 83팀에서 5본부 4단 5실 79팀으로 기구 조직을 개편했다.
대우건설은 재무와 전략 기능을 합쳐 '재무전략본부'로 통합해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 경영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또 언론홍보 기능을 포함해 다양한 대외 협력과 소통 강화를 위해 기존 공공지원단을 '대외협력단'으로 재편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전체 팀장의 약 40%를 신임 팀장으로 교체한 것이다. 대내외 소통 능력과 업무 전문성을 두루 갖춘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전면에 배치해 젊은 조직으로의 체질 개선을 통해 보다 신속한 실무 중심의 운영을 강화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우건설은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며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경영 강화에 초점을 맞춰 건설시장 위기 극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주택통’을 주축으로 올해도 1위를 지켜낸 정비시장에서의 위상을 이어가겠다는 조치로 해석된다. 같은 시기 현대차그룹은 기장 재경본부장(부사장)을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조직을 대대적으로 손을 본 건설사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존 건설본부를 건축본부로 변경하고 기술팀을 신설했다. 또 인프라 본부를 신설해 데이터 산업 등 신사업과 인프라 개발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드물게 부문장과 팀장에 1980년대생을 발탁하며 젊은 피 또한 수혈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앞으로 무리한 확장보다는 현금 확보와 신사업 탐색을 위한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전략이 건설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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