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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아이콘'이라던 플랫폼, 독점·갑질에 규제 대상 전락

성상영 기자 2024-10-08 05:08:00

티메프·카카오·배민 사태에 플랫폼 '최대 위기'

'지원'에서 '규제'로 선회한 정부…"성장은 착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제재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신산업의 대표 주자로 역할을 해온 플랫폼 기업이 독점과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이며 규제를 피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플랫폼 기업의 일탈이 잇따르면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사회·경제적 편익을 높인다는 순기능마저 옅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정부는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작업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의 경쟁 저해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고 서비스 이용자 수가 1000만명 이상이거나 △3개 이상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이고 이용자 수가 2000만명보다 많은 경우가 대상이다.

애당초 정부는 플랫폼에 대해 규제보다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7월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지면서 방향을 선회했다.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상품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업체의 피해액이 1조3000억원에 달하자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로 법률을 만드는 대신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다시 한 번 계획을 바꿔 지난달 9일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은 기존 안과 비교해 상당히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플랫폼법 초안은 공정위가 미리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도록 했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규제 대상을 사후에 확정하기 때문이다. 끼워 팔기나 자사 우대, 타 플랫폼 이용(멀티 호밍) 제한 등 행위가 있고 난 뒤 해당 기업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새로 법을 만들지 기존 법을 고칠지 머뭇거리던 공정위는 이달 초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724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 업체를 상대로 가맹 택시 현황과 주행 정보 등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한 업체 소속 택시는 카카오T로 들어온 콜을 받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이유다. 공정위는 지난 2월에도 자사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줬다는 혐의로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71억원을 부과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일 '콜 차단' 문제와 관련해 "플랫폼 간 콜 중복으로 발생하는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행정소송을 통해 소명하겠다"며 공정위 처분에 불복할 뜻을 밝혔다. 플랫폼법 제정에서 한 발 물러선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에는 수위 높은 제재를 가하면서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공방이 법정으로 향하게 됐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주의 '배달의민족 주문 거부' 사태도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배달 플랫폼 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은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면 횟수와 관계없이 배달비를 무료화하는 '배민클럽'을 출시하면서 수수료 부담을 입점 매장에 전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음식 메뉴의 배달 가격과 매장 가격이 서로 다른 '이중가격제' 논란으로 번졌다.

플랫폼 기업의 몰락은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기술(IT)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이 결국은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사업이기 때문에 한정된 수요에서 시장 규모를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플랫폼 기업이 초기에 빠르게 성장한 건 일종의 착시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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