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SAF 확산 전략'을 발표하며 2027년부터 1% 비율로 혼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논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 24일엔 SAF 혼합의무제도 설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도 발족했다.
시급하게 마련해야 하는 건 전용 정제 설비다. SAF 재료가 되는 바이오매스는 석유와 특성이 달라 SAF를 대량 생산하려면 바이오매스를 위한 정제 설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건설을 위해 1조원가량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에 SAF 전용 설비는 없으며 기존 석유 정제 설비에 바이오매스를 투입하는 '통합처리(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하고 있다.
일단 '국내 최초 SAF 생산' 타이틀은 에쓰오일(S-OIL)이 차지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1월부터 폐식용유를 정제 설비에서 처리해 SAF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4월엔 국제 친환경 인증인 ISCC를 취득해 항공사에 국내 첫 SAF 공급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최초 SAF 수출'이란 영광은 HD현대오일뱅크가 가져갔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동·식물성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한 SAF를 일본 무역회사인 마루베니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해당 물량은 전일본공수(ANA)의 항공기에 들어갔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 '최초의 SAF 전용 생산라인 구축'이란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정유사의 경우 정제 설비에 일시적으로 바이오매스를 투입한다면 SK이노베이션은 5㎞ 길이의 바이오매스 전용 배관을 설치해 생산 라인에서 SAF를 연속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GS칼텍스는 '최초의 상업적 물량 수출' 타이틀을 챙겼다. GS칼텍스는 지난 13일 SAF 500만ℓ를 일본 이토추 상사에 수출했다. 비행기 1대의 연료통을 최대로 채우면 항공유 약 20만ℓ가 들어가니 비행기 25대 분량의 SAF 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같이 정유 4사가 SAF 최초 타이틀 경쟁에 나선 이유는 SAF가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화가 빨라지며 기존 석유제품의 판매가 줄고 있지만, SAF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지난해 11억 달러(약 1조4500억원) 규모인 SAF 시장이 2030년이 되면 168억 달러(약 22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로 치면 47.7%에 이른다.
다만 정유 4사의 강점이 달라 SAF 성장의 수혜를 골고루 나눠 가질진 아직 알 수 없다. 일례로 에쓰오일의 경우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법)' 개정 전 규제 샌드박스를 얻어 SAF 도입에 앞장섰다. 석유법 개정 전엔 정유사에서 석유 이외에 원료를 투입하는 게 불법이었다.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자산 규모는 4사 중 가장 적지만, 바이오 디젤 제품 등 바이오 연료 경쟁력은 뒤지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SAF 상시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며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인도네시아에서 바이오매스 확보를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건 중장기적 관점에서 SAF 경쟁력 확보해 나가는 것"이라며 "최초 타이틀을 강조하는 것보단 전략적으로 SAF에 유리한 판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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