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중국 다자보험그룹 산하에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하기 위해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 진행에 나섰다.
이번 매각은 ABL생명에 의미가 깊다. 그간 외국계 체제에서의 불안한 지배구조와 함께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에서 수익 제고에 불리한 저축성 보험의 비중이 큰 탓에 적자를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우리금융을 만난다면 안정적인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1954년 설립된 제일생명이 전신인 ABL생명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생명보험사다. 하지만 1990년대 말 금융위기에 직면하면서 1999년 독일 알리안츠그룹에 매각됐고, 알리안츠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6년에는 중국 안방보험으로 넘어가 현재의 ABL생명이 됐다. 당시 300만 달러, 한화 약 35억원에 팔렸다. 이후 안방보험은 중국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의 비상 경영을 위해 설립한 중국 다자보험그룹에 흡수되면서 ABL생명은 다자보험 산하 보험사가 됐다.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 대응을 위해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개선에 매진해 왔다. IFRS17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보장성 상품 계약이 많을수록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하다.
IFRS17의 특징은 보험 수익을 보험 계약 기간 동안 균등하게 배분해 인식하는 것으로, 미래 부채로 잡히는 저축성 보험이나 계약 초기 많은 보험료가 들어오는 일시납 상품은 불리한 구조다.
ABL생명은 과거 알리안츠생명 때부터 저축성 보험 중심으로 구축된 포트폴리오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안방보험 계열로 넘어가면서 저축성 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 비중을 늘리고 있다. 다만 실적 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ABL생명의 저축성 보험 비율은 약 44%로 생보업계 저축성 보험 평균 비율인 32.5%에 비해 높았다.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도 지난 2016년 217.8%에서 올해 1분기 163.2%로 악화했다.
킥스 비율이란 보험사가 보험금으로 지급 가능한 금액을 최대 손실 예상액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지급 여력을 알 수 있는 건전성 지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본다. 금융당국 권고 수준은 150% 이상이다.
아울러 당기순이익은 잠시 흑자를 기록했다가 다시 순손실을 내면서 적자가 이어졌다. 실제 안방보험 인수 당시인 2016년 2533억원에 달하던 ABL생명의 순손실은 2017년 26억원 순익을 올리며 흑자를 냈지만, 2018년 19억원으로 흑자 폭이 줄어들다가 2019년 다시 2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하지만 △2020년 928억원 △2021년 720억원 △2022년 120억원 △2023년 804억원 등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개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저렴한 매각가가 장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ABL생명의 기업 가치평가 결과, 매물 가치는 3000억~4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패키지로 인수하면 ABL생명의 약점을 동양생명이 보완하면서 운용 자산이 커지게 돼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ABL생명은 아직 재무 건전성이 탄탄하지 않아 매각 매력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동양생명과 함께 인수할 경우는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금융도 패키지 인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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