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커트의 명장’ 이마이용원입니다.”
그의 이름은 노상욱(69). 이발사다. 이마빌딩에 있다보면 이낙연 전 총리,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등 유명인을 볼 수 있는데, 모두 노 이발사의 손님들이다. 이들이 노 이발사를 자꾸 찾아오는 이유는 특별하면서도 특별하지 않다. 노 이발사는 “얼굴형과 모발을 모두 고려해 헤어스타일을 낸다”고 했다.
◆ 50년 경력의 명장 탄생
시작은 돈이었다. 노 이발사는 고향인 전라도 목포를 떠나 1970년대 10대의 어린 나이에 상경했다.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서울에 무작정 올라왔다”며 “선배의 권유로 이용을 배우게 됐는데 이제 벌써 5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삼선교에 있는 이용원에서 머리 감는 것부터 배웠다. 그는 “그때 그 시절에 우리는 뒷전에 서서 사장님이 하는 걸 보고 혼자 연마해야 했다”며 “처음에는 색종이를 잘라 연습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후 노 이발사는 서울 율곡동, 수유리, 강남 등에서 이용원을 운영하다가 지금의 이마이용원에 자리 잡게 됐다. 자리를 지킨 지도 15년이 넘었다.
이마이용원의 손님은 광화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예약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은 종로경찰서 계장이었다. 서울 여의도부터 인천, 경기도 성남, 안양 등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다. 노 이발사에게 다시 머리를 맡기려 찾아오는 것이다.
◆ “빗이 먼저 가고 가위는 따라간다”
노 이발사가 설명하는 커트의 기술은 기술자와 장인을 동시에 연상시킨다. 그는 “사람마다 얼굴형이 다르기 때문에 이 손님은 어떻게 잘라야겠다는 걸 머릿속에 설계해야 한다”며 “설계 도면을 그릴 때 자를 반듯이 대야 잘 되는 것처럼 빗의 각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헤어 디자인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의 설명은 헤어 디자인에 관한 설명과 닮아 있었다. 헤어 디자인은 얼굴, 두상, 모발 등을 모두 고려해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조형 예술이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개성의 특징을 끄집어내고 표출시켜주는 예술가가 다름 아닌 이발사다.
노 이발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빗’이라고 강조했다. 빗이 모양새를 만든다. 노 이발사는 “항상 빗이 먼저 가고 가위가 따라간다”며 “빗으로 머리를 내려서 자르느냐 뒤로 빗어서 자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빗질에 관해 설명하다 말고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빗을 가져와 소개했다. 직접 갈고 닦은 빗은 피부에 문질러도 아프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다.
빗질 다음은 커트다. 집을 지을 때 기초를 잘 다져 놔야 하는 것처럼 헤어 디자인에서는 커트가 중요하다. 그만의 비법 중 하나는 머리를 자르기 전에 물을 뿌리지 않는 것이다. 노 이발사는 “물을 안 뿌리고 잘라야 혼자 머리를 감고 말린 후에도 커트했을 때와 같은 모양이 나온다”며 “머리만 잘 자르면 파마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 이용원 역사 뒤안길에서
노 이발사의 역사에는 한국 이용원의 역사가 담겨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전까지 이용원은 드라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 시절 이발소에 새벽같이 와서 머리를 하고 가는 손님이 많았다. 장발, 샤기컷 등이 유행하면서 주요 고객이었던 남성들은 미용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노 이발사는 과거를 회상하며 “마지막으로 후배 양성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러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제 우리가 전통적인 이발사로서 마지막 세대”라고 설명했다.
그의 목표는 평생을 갈고 닦은 기술을 마지막까지 발휘하는 것이다. 노 이발사는 “이제 여기에서 마무리할까 싶어서 왔다”며 “이 직업이 내 천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죽기 전까지 이 자리에서 머리를 자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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