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희(71) 국제소롭티미스트한국협회 신임 총재의 취임 일성은 간결하면서도 단호했다. 안 총재는 이달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7대 총재 취임식에서 "물고기를 그냥 잡아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부터 가르치겠다"고 했다. 이날 취임한 안 총재의 임기는 2년이다.
소롭티미스트는 '여성(Soror)'과 '최고의(Optima)'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합성어로 1921년 미국에서 시작된 유엔 소속 세계 최대 규모 여성 국제봉사단체다. 전 세계 121개국, 7만2000여명의 회원이 있고 한국에는 1966년 설립돼 올해로 58년의 역사를 쓰고 있다.
한국협회는 서울, 대구, 부산, 대전, 광주 등 5개 지역에서 42개 클럽 회원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기부를 통해 운영된다. 1년에 한 번 지역 클럽별로 바자회를 열어 기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취임 직후 만난 안 총재는 "한국은 못 살던 시절 미국 선교사들로부터 값없이 사랑을 받았다. 이제 그 사랑과 혜택을 베풀 기회가 왔다"고 밝혔다. 정동교회 교인인 그는 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랑을 베푸는 협회만의 공식은 '집단적 영향력'이다. 안 총재는 "1000만원을 기부하는 10명이 필요한 게 아니라 10만원을 기부하는 1000명이 필요하다"라며 "우리 협회가 강조하는 '집단적 영향력'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만 하는 건 아니다. 자립을 넘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여성이 되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안 총재는 "여성이 여성을 돕는다"며 "소녀와 여성들에게 꿈을 실어주고 희망을 주는 건 바로 교육"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협회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LYD(네 꿈을 펼쳐라·Live Your Dream Awards)'는 부양가족이 있는 18세 이상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미용·음식·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기술,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안 총재는 "생을 포기하려던 소녀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변화를 주는 게 우리 협회의 목표"라며 "그 친구들이 잘 됐을 때 사회가, 더 나아가 국가가 잘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소녀들이 가지는 '감사'라는 마음이 또 어떤 꽃이 될지 모른다. 이런 게 선순환”이라고 덧붙였다.
협회의 '집단적 영향력'과 '선순환의 힘'을 본 안 총재는 17년 전인 2007년 울산의 두 번째 클럽인 울산태화클럽을 결성했다. 회원은 23명으로 늘었다. 이후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대표로 뉴부산클럽, 해운대클럽도 결성했다. 회원 확장과 상호 교류를 위해 서울정동클럽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은 안 총재에게 잊지 못할 기억도 남겼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안 총재는 1초의 고민도 없이 '프로그램 비 미(Program Be Me)'를 통해 양육원에서 독립한 자립 소녀들을 도운 경험을 언급했다.
안 총재는 "18세가 되면 양육원에서 나와야 하는데 스스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으니 우리 협회는 그들에게 '의식주'를 가르쳤다"며 "엄마가 가정교육 하듯 옷은 어떻게 사 입어야 하는지, 밥은 어떻게 해먹는지, 돈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모든 걸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교육의 효과는 예상 외로 컸다. 안 총재는 "처음 교육할 땐 소녀들에게서 긴장하는 모습을 봤다"며 "후에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사랑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걸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협회에서 오랜 세월을 지낸 그는 총재로 취임하면서 남다른 포부도 세웠다. 총재 취임 이후에는 현재 한국협회 거점이 없는 강원도, 충청북도, 전라북도에 클럽을 결성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안 총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듯, 회원 확장을 통해 도덕적 의무를 다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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