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 경기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건설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9조6000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우리 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액수이고, 세계적으로도 세 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라 ‘제2의 중동 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수주는 지난해 6월 현대건설이 사우디에서 50억 달러(약 6조4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사업(아미랄 프로젝트)을 수주한 지 1년도 안 돼 성사된 쾌거다.
8일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발주한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1, 4번' 공사를 수주했다. 수주액은 60억 달러(약 8조원)로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GS건설도 같은 공사의 '2번 패키지'를 수주했다. 공사액은 12억2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다. 두 회사의 수주액을 합치면 72억2000만 달러(약 9조6000억원)로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총 해외수주액(330억 달러)의 20여%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런 가운데 고유가 영향으로 중동지역 산유국들이 플랜트 발주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해외수주 확대와 그에 따른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건설사 임원은 “고유가 지속으로 중동 및 아프리카(MENA) 지역 산유국의 재정 수지가 개선 중이며 이는 지속적인 발주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MENA 지역 발주가 작년보다 더 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주력 공종인 화학제품 생산 산업 부문 프로젝트들은 올해 말이나 내년에 본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국내 건설사의 수주액이 더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형 건설사 외에 중소형 건설사의 중동 수주 소식도 잇따라 들린다.
SGC E&C(구 SGC이테크건설)는 지난 1월 사우디에서 6900억원 규모의 화학 플랜트 설비 공사 계약을 수주했으며 지난 2월에도 사우디에서 2500억원 규모의 생산 설비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쌍용건설도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3000억원 규모의 고급 레지던스 공사 2건을 수주했다.
중동에서 사업을 하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고급 건축물을 주로 발주하는 한 중동 개발사의 경우 올해 발주 물량을 작년보다 2배 이상으로 계획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코로나19로 발주가 급감했던 중동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동발 수주 확대 속에 '올해 해외 건설 수주액 400억 달러· 누적 수주액 1조 달러'라는 정부의 목표치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데 대해 “한-사우디 정상외교의 결실”이라며 “이번 수주로 올해 1월 1일부터 4월 2일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61억1000만 달러의 2배를 넘은 127억2000만 달러에 달하게 된다”고 3일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수주 목표인 400억 달러(지난해 333억 달러)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대외경제장관회의 및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운용위원회에서 "올해 5대 중점지역(중동·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동유럽·미주)별 전략을 면밀히 추진해 '해외건설 누적수주 1조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E&A 관계자는 “사우디는 최근 가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가스 플랜트 건설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연계 수주를 이어갈 계획이며, 차별화된 기술력과 품질로 중동시장에서 입지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GS건설 관계자도 "지난 50여년간 국내외에서 쌓아온 다양한 건설 역량과 다수의 해외 설계·조달·시공(EPC) 플랜트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을 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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