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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대 '지역인재전형'만 2천명 훌쩍... 지역 부동산시장 기대감 상승

한석진 기자 2024-04-04 08:00:00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배정 결과 관련 발표를 TV 중계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학별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하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역대급 '불수능'으로 꼽힌 데 이어 의대 정원 확대까지 겹치면서 명문 학군을 보유한 지역 아파트의 몸값은 물론 수요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고, 비수도권 의대에 1639명(82%)이, 경인 지역 의대에는 361명(18%)을 배정했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의대 27곳의 정원은 2023명에서 3662명으로 늘었다.

지역인재전형 비중도 늘었다. 비수도권 의대들은 올해 정원의 52.9%인 1071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뽑을 계획이었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60% 이상으로 올린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방대학이 소재하는 지역의 고등학교에 입학부터 졸업까지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하거나 졸업 예정인 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 뽑도록 하는 제도다. 즉, 지역인재전형 비중이 60%라면 입학생 10명 가운데 6명을 해당 지역 학생으로 채워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인재전형 경쟁률은 의대 선발 규모가 클수록, 해당 지역의 학령인구가 적을수록 낮아진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일찍부터 지방으로 이주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해당 지역의 중·고교를 6년 동안 다녀야만 지원 자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의대 진학을 고민하는 학부모 사이에서는 지방 유학을 고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방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배정받은 지역은 충청권(549명)이다. 비수도권 증원분 1639명의 33%에 해당한다. 지역 내 위치한 의대는 건국대글로컬·건양대·단국대 천안·순천향대·을지대·충남대·충북대 등 7개로 총 정원은 421명에서 97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대전 둔산동 한 학원가에 의대 전문 홍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그 결과 대전 둔산동 내 명문학군으로 꼽히는 크로바, 한마루, 목련 등의 아파트 단지는 이미 2023년 말부터 집값 상승세를 탔다.  충청권의 대표 학군지로 거론되는 이 지역에는 이미 2023년 10월부터 의대 증원 소식이 학원가를 중심으로 퍼진 까닭이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크로바 아파트 전용 101㎡는 2024년 3월 11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2023년 5월 9억5000만원, 6월에는 6억6000만원으로 크게 하락했으나 2023년 10월부터 11억원대 후반대로 반등한 뒤 지금까지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대전지방법원 건너편에 자리한 한마루 아파트 전용 101㎡도 2023년 4월 6억9000만원까지 하락했지만, 연말부터 점차 반등세를 보였다. 2023년 10월에는 8억9800만원, 11월에는 8억9500만원에 거래됐으며 2024년 3월에는 8억2000만원에 팔렸다.

둔산동 목련 아파트 역시 전용 134㎡가 2022년 15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이후 2023년 6월 12억원대까지 하락했다가 2024년 2월 다시 14억700만원에 거래됐다.
 
대구도 명문 학군이 위치한 수성구 범어동이 3.3㎡ 2602만원으로 높은 평균 매매가를 기록했다. 대구는 경북대·계명대·영남대·대구가톨릭대 등 4개 대학으로 520명이 배정된 지역이다.

실거래가도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다. 대구 경신고등학교 바로 앞에 있는 '힐스테이트 범어' 전용면적 74㎡는 지난 2월 11억7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용 84㎡도 올해 13억~14억 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강원도도 의대 증원 수혜지역 중 하나로 거론된다. 강원권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수는 2023년 기준 1만1613명이다. 지역 의대 4곳(강원대·연세대 분교·한림·가톨릭관동대)의 입학정원은 기존 267명에서 432명으로 165명 늘었다. 정부 방침대로 지역인재전형 비중을 60%(259명)까지 늘려 선발할 때 강원도 내 수험생 45명 가운데 1명이 의대에 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강원의 대표적 학군지이자 유명 학원가가 모여있는 춘천 후평동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다.

다만 시장 반응이 오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후평동에 소재한 한 공인중개사는 “의대 증원 발표가 난 이후 종종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다만 집값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거나 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광주는 국립대인 전남대 의대 정원 125명에 75명이 증원됐고, 조선대에는 125명에 25명이 증원되는 등 총 100명이 신규 배정됐다. 특히 광주는 의대정원 증원 수혜지역 중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지 않아 부동산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광주의 한 공인중개사는 "나주의 한전과 광양 포스코, 여수 산단의 대기업 등에서 근무하는 고소득 직장인들이 자녀의 교육을 위해 광주에서도 학군이 좋은 지역에 거주지를 마련하려는 현상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수요에 맞춘 건설사의 분양 마케팅도 등장했다. 라인건설이 광주 일곡지구에서 분양 중인 '위파크 일곡공원'은 '공부의 신 강성태' 초청 강연을 진행한다. 견본주택에서 선착순 무료로 1000명을 모집한 다음, 다음 달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강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중학교 때부터 지역 명문 학군지로 이동하는 학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학군지는 수요가 꾸준히 몰려 청약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물론 향후 프리미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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