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출시하기 위한 개발·테스트 작업이 한창이지만 제품화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지난해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를 연내 국내 출시하겠다고 자신했으나 아직까지 연기된 상태다. 삼성전자도 일체형 세탁건조기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탁건조기는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시장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건조 기능이 있는 세탁기나, 세탁기와 건조기를 병렬 또는 직렬로 배치한 제품은 있지만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여태껏 공개된 적 없었다. 세탁과 건조를 한 대의 제품으로 한번에 해결할 수 있어 공간 효율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일체형 세탁건조기의 최대 차별점은 바로 건조 방식에 있다. 기존 세탁기의 건조 기능은 헤어드라이어로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듯 섭씨 70도 이상 고온의 열풍 방식을 적용한다. 뜨거운 바람을 활용하는 탓에 건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의류가 손상되는 한계가 있다.
양사가 내놓은 세탁건조기는 열풍 건조의 단점을 개선한 저온(섭씨 50~60도) 제습 방식을 채택했다.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으로도 불리는 저온 제습 건조는 냉매를 순환시켜 발생한 열을 활용해 빨래가 머금고 있는 수분만 빨아들여 건조한다. 열풍보다 낮은 온도로 작동해 옷감 보호에 유리하다.
기존에 없던 차별화된 혁신적인 제품이지만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기술적 한계가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세탁 모드에서 빠르게 건조 모드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세탁 모드 사용 시 탈수 기능 자체가 기본값으로 '엑스트라 하드(Extra Hard)' 모드로 고정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세탁건조기가 빨래를 건조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탈수가 필요하다. 탈수가 가장 강한 강도에서 작동되면 관성에 의한 원심력 때문에 빨래는 세탁기 벽으로 붙어 떼어내기 어려워지며 빨래 결과물은 꿉꿉할 수밖에 없다. 즉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자동으로 건조 모드를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부품 소형화가 장벽이다.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말 그대로 세탁기에 들어가는 부품과 건조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한된 공간에 몰아넣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두 대를 합친 크기 만큼 키울 수가 없다.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에 탑재되기로 했던 섬세 의류 전용 세탁 공간인 '미니워시'가 일반형 모델에 적용되지 않은 이유도 기술적인 한계로 공간 확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개발과 테스트 과정에서도 기술 장애가 많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고장이 잦고 수리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양사는 모두 정확한 출시 계획은 밝히지 않았으나 상반기 내 국내 출시를 목표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빨리 출시하냐'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진정 소비자를 위한다면 제품의 기술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삼성과 LG 모두 서두르기보다는 근본적인 기술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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