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산업

HD현대·삼성·한화 웃고 대한·케이 울고…수주 '빈부격차'

고은서 기자 2023-10-31 06:00:00

조선 3사, 고부가가치 중심 사업 업고 '훨훨'

"호황은 남일"…중소형은 여전히 '뒷걸음질'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사진=HD한국조선해양]
[이코노믹데일리]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대형 조선 3사 수주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필두로 한 고부가가치 선박부터 친환경 연료·운반선까지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력이 빛을 봤다는 평가다. 중국의 가격·물량 공세 속에 건조 난이도가 높은 선박 위주로 수주량을 착실히 쌓으면서 최소 3년치 이상 일감을 확보했다고 전해진다.

대형 조선 3사와 달리 중형 벌크선과 유조선,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이 주력인 중소형 조선사는 난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발주 자체가 적고 인력난은 심한 데다 수주 여부를 결정짓는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마저 어려운 탓이다. 대형 조선 3사와 중소형 조선소가 처한 상황이 엇갈리면서 이들 간 수주 빈부격차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국내 빅3, 실적·수주 모두 好好…"中 제친다" 자신감 

조선 3사는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한 한화오션은 매출 1조916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한화오션은 62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옛 대우조선해양 실적까지 포함하면 지난 2020년 4분기(10~12월) 이후 첫 흑자전환으로 12개 분기 만이다. 매출도 지난해 동기 대비 95.3%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도 2316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이로써 '빅3'는 모두 적자 행진을 끝냈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의 적자 탈피 요인으로 '질적 성장'을 꼽는다. 일감을 무조건 모으자는 방식보다는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함으로써 이익 규모를 높였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LNG 운반선 등 고가의 상선 수주에 따른 이익은 내년부터 반영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의 3분기 말 기준 99척의 상선 수주 잔량 중 70%에 달하는 65척이 LNG 운반선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경남 거제사업장 1도크에서 LNG 운반선 4척 동시건조한 것을 시작으로 수익성 극대화에 박차를 가한 모습이다. 한화오션 측은 "내년 22척, 오는 2025년에는 24척을 연속 건조해 역대 최다 LNG 운반선 건조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며 "카타르에서 대규모 LNG 운반선 발주도 예정돼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HD현대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 분기보다 41.3% 증가한 영업이익(690억원)을 거뒀다. 여기에는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낸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세도 한 몫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호실적에 더해 수주 실적도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카타르에너지와 LNG 운반선 17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약 5조2511억원 규모로 이는 단일 계약 기준 한국 조선업계 사상 최대 수주 금액이다. 

이번 계약으로 글로벌 LNG 운반선 수주 시장에서의 국내 조선 3사 점유율은 기존 74%에서 81%로 올라섰다. 전 세계에 발주된 LNG 운반선 총 60척 중 49척을 이들 조선 3사에서 수주하는 셈이다. 삼성중공업도 카타르발 선박 수주를 협상 중인 가운데 이를 성공하면 올해 수주 목표를 넘어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렇게 조선 3사가 친환경 선박 시장 선도에 힘쓰는 이유는 우선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있다. LNG는 메탄올과 더불어 업계 대표적인 친환경 연료다.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선박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추세에 편승하기 위한 국내 조선사들의 노력이라는 분석이다. 

저가 물량 공세로 일감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수주를 펼치는 중국 조선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한 이유도 있다.  한 척당 가격이 3500억원이 넘는 LNG 운반선은 조선사 건조 단가 중 가장 고가의 선박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약 3125억원)보다도 비싸다. 조선 3사는 기술 '초격차'를 통해 값비싼 고부가·친환경 선박 위주로 수주해 높은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한조선·케이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 여전히 '고전'

대형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와중에 중소형 조선사들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인건비와 각종 자재 가격이 폭등한 탓에 경영난에서 못 벗어나는 업체들도 많다. 호황기를 맞은 대형 조선사들의 대규모 '인력 흡수'에 인력난까지 겪으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대한조선, 케이조선 등 5개 중소형 조선사의 올해 상반기(1~6월) 매출 총액은 전년 4조4327억원 대비 26.2% 증가한 5조5942억원으로 나타났다. 외형은 확대됐지만 5개 업체 중 4곳은 적자 전환하거나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부터 더욱 고조됐다. 실제 지난해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은 전년(2021년) 대비 44% 감소했다. RG 발급을 받지 못해 건조 계약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석유화학 시황이 좋지 않아 전방 수요가 줄어들면서 탱커나 PC선 등 중소형 선박 발주조차 사라지고 있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정해진 기한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때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는 보증을 말한다. 기업별 자본금 규모와 신용등급 등에 따라 RG 발급 한도가 정해져 있다. 중소형 조선사의 한도가 증액되지 않으면 신규 선박을 수주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정부가 '조선 산업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한 후 BNK경남은행은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케이조선에 RG를 발급했다. 지역 조선 산업의 안정적인 수주와 생산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다만 대형 조선사와 중소형 조선사의 만성적인 격차를 단순 RG 발급으로 단번에 좁히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경남 거제 소재 조선사에 다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도 물론 도움이 되긴 하지만 수주 경쟁력과 대형 조선사로의 핵심 인력 이탈 등은 고질적인 문제"라고 전했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