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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성상영의 뷰파인더] 정유사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은행 횡재세에 화들짝

성상영 기자 2023-08-19 07:30:00

금융당국 수장이 언급한 횡재세

정유업계, 유가 오르자 노심초사

정부 "가격 인상 자제하라" 압박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축소한 올해 초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경기 침체로 인해 정치권에서 종적을 감춘 횡재세가 금융당국 수장의 입에서 다시 언급되자 애먼 정유사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정유사는 지난해 상반기(1~6월) 최고 실적을 내며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붙는 세금인 횡재세를 물 뻔했기 때문이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으로 올해 하반기(7~12월) 호실적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 집계한 원유 정제마진 주간 평균치는 이달 들어 배럴(bbl)당 10 달러대로 올라섰다. 정유사마다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탄 모습이다.

국제유가도 90 달러 돌파를 앞두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가 사오는 가격을 가늠할 두바이유 현물가(주간 평균)는 8월 셋째 주 86.43 달러로 나타났다. 앞선 8월 둘째 주(87.93 달러)보다 소폭 내렸지만 올해 들어 지금까지 평균값인 79.74 달러보단 높다.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부도 사태와 소비·투자·생산 등 경제 지표 악화가 세계 경제에 얼마나 파급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여서 유가 흐름을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의지를 내비쳤고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 상승 요인은 적지 않다.

정유사들은 1년 전 횡재세 논란이 다시 불거질까 시름하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횡재세에 대해) 달리 더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며 "국제유가가 오른다고 무조건 정유사가 돈을 많이 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S-Oil), SK이노베이션 등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15조원에 육박하자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과도한 이익을 냈다며 횡재세를 거론하고 나섰다. 올해 들어 실적 악화가 현실로 나타나자 이러한 주장은 쏙 들어갔다.

횡재세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6일 주요 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이탈리아가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는 기사가 있었다"고 말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은행이 수출 금융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취지였지만 난데없이 정유업계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정부가 정유 4사와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등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해 '횡재세 트라우마'를 일깨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대한석유협회에서 '석유 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국제유가 상승분을 초과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실제 정부가 횡재세를 도입할 가능성은 낮다. 과거 횡재세를 걷자고 주장한 야권 일부를 향해 "기업이 호황을 맞았다고 징벌적 세금을 매기면 적자 날 땐 보조금 줄 거냐"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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