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 일대 바다를 메워 조성한 새만금 간척지가 한국과 중국 간 배터리 연합의 전초기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 GEM(거린메이)과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LG화학은 화유코발트와 이곳에서 손을 잡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한·중 양국 기업이 활로를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은 17일 세계 1위 코발트 생산 업체인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 설립을 공식화했다. LG화학과 화유코발트, 새만금개발청, 전북도, 군산시 등은 오는 19일 군산 베스트웨스턴 호텔에서 전구체 공장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양사가 이번 협약으로 오는 2028년까지 투자하는 금액은 1조2000억원에 이른다. 합작 공장은 새만금산단 6공구에 올해 착공 예정이다. 2026년 1차로 전구체 5만톤(t)을 생산하고 향후 5만t 규모를 추가로 증설해 최종적으로 연간 10만t의 전구체를 생산한다. 새만금 공장에서는 전구체 원료인 황산메탈도 만들어진다.
SK온은 에코프로, GEM과 합작한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를 설립하고 LG화학 등과 마찬가지로 전구체 생산 시설을 짓는다. 최대 1조2100억원을 투자하는 이 사업은 2024년 공장을 완공해 연간 5만t 규모 전구체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SK온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 에코프로와 GEM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세웠다. 이곳에서는 2024년 3분기(7~9월)부터 연간 순수 니켈 3만t에 해당하는 니켈 중간재(MHP)를 양산한다. 인도네시아 합작 공장에서 생산된 MHP는 새만금에서 전구체 원료로 사용된다.
새만금이 이차전지 메카로 부상한 것과는 별개로 국내 기업과 중국 기업 간 협력이 강화되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미국은 IRA의 세액공제 대상을 규정한 세부 지침을 발표하면서 중국을 미국 중심 전기차 생태계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미국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판매해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중국산 원료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기준 가운데 '핵심 광물'의 생산지 요건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 정해지면서 상황이 훨씬 수월해졌다. 중국 기업에서 핵심 광물을 조달하더라도 합작법인 형태로 원산지 조건만 맞추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서다. IRA에 따르면 핵심 광물에는 양극제와 전구체 등이 포함된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로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IRA를 우회해 미국으로 핵심 광물을 보낼 수 있는 통로가 됐다. LG나 SK 등 국내 기업으로서도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 기업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IRA에 서명했을 때만 해도 국내 기업의 '탈(脫)중국'이 시급한 과제로 여겨졌지만 몇 달 사이에 걱정거리 하나를 던 셈이 됐다.
현실적으로 중국 기업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로는 미국 정부가 정한 전기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점도 '우회로'를 열어둔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은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을 2023년 67%로 늘리는 매우 급진적인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원활한 배터리 공급 없이는 수백만대에 이르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며 "(IRA가) 누가 생산했는지보단 어디서 생산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중 기업이 협력할 여지가 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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