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시 부담 확 낮춘다…감시 기능 약화는 '우려'

[이코노믹데일리] 대규모 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대한 공시 부담이 줄어든다. 내부거래 공시 대상 기준액은 현행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어나고 공시 의무 위반 때 부과되는 과태료는 줄어든다. 계열사 간 주식 소유 현황 등 일부 항목은 공시 주기가 분기별에서 연간 1회로 늘어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1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대기업집단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대기업의 공시 부담을 줄이고 중복되는 공시를 제거해 정보 효용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법률과 시행령, 고시 등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내부 거래 가운데 이사회 의결과 공시 대상이 되는 금액이 늘어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와 공익법인은 내부거래를 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시해야 한다.

자본총계·자본금 중 큰 금액의 5% 또는 50억원 이상인 내부거래를 할 때가 여기에 해당한다. 2000년 제도 도입 당시에는 기준이 100억원이었다가 2012년 일감몰아주기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50억원으로 하향됐다. 또한 자본총계·자본금 5% 이상이더라도 금액이 5억원 미만이면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업집단 현황을 공시해야 하는 주기는 3분기마다 1회에서 1년에 1회로 늘어난다. 분기별 공시 항목 중 △국내 계열회사 간 주식 소유 현황 △계열회사 간 자금 거래 현황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 대여 현황 △계열회사 간 유가증권 거래 현황 △특수관계인에 대한 유가증권 거래 현황 △계열회사 간 기타 자산 거래 현황 △특수관계인에 대한 기타 자산 거래 현황 △계열회사 간 담보 제공 현황 등 8개가 대상이다.

이와 함께 비상장사의 중요 사항 공시 항목 중 '임원의 변동'은 경제력 집중과 내부거래 감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기업집단 현황 공시에 포함된 '임원 현황'과 중복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공시 의무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 부과 기준도 완화됐다. 기존에는 경미한 위반 사항에도 과태료가 부과됐으나 공정위는 입법을 통해 과태료 대신 경고 처분하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잘못된 정보가 공시됐을 때에는 이를 3일 안에 바로 잡으면 과태료 50%를 감경했으나 기간을 30일까지로 연장하고 정정 지연 일수에 따라 감경 비율을 세분화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내부거래 관련 내용은 이달 17일부터 2월 27일까지 입법예고하고 기업집단 현황 공시 주기와 과태료 등 고시 개정안은 2월 6일까지 행정예고한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공시 항목 간소화는 입법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공시제도 개선은 경제계에서 오랫동안 요구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그러나 내부거래 공시 기준 완화를 비롯한 일부 내용은 대기업집단 일감몰아주기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 10년 간 경제와 기업 규모가 커진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