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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삼성에 갑질' 브로드컴, 제재 피하고 "이번엔 퀄컴 차례"

고은서 인턴기자 2023-01-10 17:40:31

'반도체 상생 기금 200억' 자진 시정안 발표

과징금 피한 브로드컴, 퀄컴과 '진흙탕 싸움'

퀄컴 겨눈 공정위, 불공정 행위 들여다본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코노믹데일리]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대한 ‘갑질’ 혐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진 시정안을 내놨지만 잡음이 예상된다. 이번 사안이 경쟁 관계인 브로드컴과 퀄컴 간 진흙탕 싸움에서 시작된 탓에 공정위 칼날이 최종적으로 누구를 겨눌지 눈길이 쏠린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브로드컴과 협의를 거쳐 마련한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해 다음달 18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된다. 동의의결은 피조사 기업이 과징금을 비롯한 공정위 제재를 받지 않는 대신 자발적으로 혐의를 시정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절차다.
 
브로드컴이 제출한 자진 시정안은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77억원,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회사) 창업·성장 지원금 123억원 등 반도체 분야 상생 기금 200억원 조성 △장기 계약 기간에 주문한 부품으로 만든 갤럭시 Z플립, 갤럭시 S22 등에 대해 3년 간 품질 보증, 기술 지원 △임직원 대상 준법 교육이 골자다.
 
와이파이, 위성항법시스템(GNS) 등 스마트 기기 부품을 만드는 브로드컴은 지난해 삼성전자에 장기 계약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2020년 3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삼성전자에게 매년 7억6000만 달러(약 9418억원) 이상을 구매하도록 하고 미달하면 차액 배상을 강제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대해 △구매 주문 승인 중단 △선적 중단 △기술 지원 중단 등을 수단으로 스마트 기기 부품 공급에 대한 3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폰 부품 공급에서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공급 독점권 조항을 넣은 것이다.
 
이 사건은 미국 통신 반도체 기업 퀄컴이 브로드컴을 신고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브로드컴이 먼저 공정위에 퀄컴을 신고하고 퀄컴이 브로드컴이 벌인 장기 계약을 문제 삼아 맞대응 차원에서 신고했다.
 
브로드컴과 퀄컴 간 난타전이 이어진 와중에 삼성전자가 입은 피해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2019년 브로드컴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해 삼성전자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밝혀 냈다.
 
퀄컴도 시장 지배력 남용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퀄컴은 2016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조311억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가 매긴 과징금 중 사상 최대 금액이다. 당시 퀄컴은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특허 계약 체결을 강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퀄컴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부당 계약을 강요하며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였다.
 
퀄컴에 부과된 과징금과 비교해 브로드컴이 내놓은 대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와 맺은 장기 계약으로 7억5000만 달러(933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퀄컴 사건에 견줄 만한 정도로 봤다.
 
그러나 공정위 판단은 달랐다. 심재식 공정위 시장감시국 제조업감시과장은 “관련 법규에 따라서 과징금은 매출액의 최대 2%(이번 사안에서는 약186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며 “이익과 매출액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동의의결안과) 비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이번 동의의결안 발표로 퀄컴이 다시 수세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신고한 건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브로드컴이 자진 시정안으로 탈출구를 찾으면서 이번에는 퀄컴의 불공정 행위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브로드컴과 퀄컴 간 공방에서 승자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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